[황금빛 바다에 파묻혀서] 네로 SSR
그리운 고향의 맛을 1화
현자
음, 모처럼 휴가를 받은 건 좋지만
뭘 할 지 전혀 모르겠네...
일단 산책이라도... 응?
(네로도 산책하고 있는 건가.
이 시간에는 항상 점심준비를 하고 있으니까 신기하네)
네로, 안녕하세요.
네로
여어, 현자씨.
미안하지만 오늘 하루 나갔다 올게.
현자
무슨 일이 있나요?
네로
너랑 마찬가지로 휴가야.
가끔 이렇게 식사 준비를 카나리아한테 맡기고 휴가를 받아.
현자
거의 매일 네로가 식사준비를 하죠.
휴가가 있는 것 같아서 다행이에요.
오늘은 어디 나가시나요?
네로
아... 그게
현자
(아... 말하기 곤란한가)
죄송해요.
꼬치꼬치 캐물으려고 해서.
네로
아니, 신경 쓰게 만들어서 미안해.
... 실은, 내 가게에 가는 길이야.
현자
네로의 가게라고 하면, 동쪽 나라에 있는?
네로
그래. 오늘 같이 쉬는 날은 비의 거리에 가서
가게 청소나 손질을 하고 있어.
현자
그랬군요.
네로
이제 영업은 안 하지만
그냥 내버려 두는 것도 불편하더라고.
오랫동안 한 가게를 하는 건 성격에 안 맞지만,
내 나름대로 고집해서 만든 가게라 애착도 있고 말이야.
그런고로 잠깐 갔다 올게.
저녁때까지는 돌아올 거야.
현자
... 저기, 네로.
혹시 폐가 안 된다면 저도 도와드려도 될까요?
네로
어? 현자 씨도 휴가 중이잖아?
모처럼의 휴일 정도는 푹 쉬어둬.
현자
실은 모처럼 휴가를 받았는데,
혼자서 방에 틀어박혀 있는 것도 왠지 마음이 불편해서요.
밖에 나가는 것도 생각해봤지만,
멀리 나가려면 다른 분들이 태워줘야 하고...
제 휴가에 같이 어울려 달라 하는 것도 미안하고요.
네로
너도 힘든 성격이구나...
뭐, 나도 모르는 건 아니지만 말이야.
그럼 같이 갈까?
빗자루 승차감은 너무 기대하지 마.
현자
네, 감사합니다!
그리운 고향의 맛을 2화
현자
그러고 보니 네로의 빗자루에는 탈 일이 별로 없었던 것 같아요.
네로
그러게.
나도 누굴 태우고 날아본 지 오래돼서 좀 떨려.
떨어지지 마, 현자 씨.
현자
네, 네...!
네로
하하, 농담이야. 그냥 있으면 돼.
ㅡ
현자
실례하겠습니다.
네로
들어와.
그럼, 난 주방 쪽을 정비하고 올게.
현자 씨는 카운터에라도 앉아서 편히 쉬고 있어 줘.
현자
앗, 그래도...
네로
아아, 미안.
그러면 오히려 불편하지.
그럼 카운터나 객석 청소를 부탁해도 될까?
도구는 그 선반에 있는 걸 맘대로 사용해줘.
현자
알겠습니다!
(근데 청소라도 해도 별로 안 더러워졌네.
영락없이 먼지가 쌓여있을 줄 알았는데)
(객석은 물론 청소도구까지 잘 정돈돼 있는 게, 네로답네...)
네로
청소가 끝나면 답례로 뭔가 만들어 줄게.
원하는 게 있으면 말해줘.
현자
괜찮나요? 졸라서 따라온 건데 죄송해요.
그럼...
(오랜만에 뭔가 일식 같은 걸 먹고 싶은 걸.
하지만 재료를 준비하려면 힘드려나...)
네로
뭔가 고민하는 얼굴인데?
답례니까 사양하지 말고 원하는 대로 말해줘.
현자
네로... 감사합니다.
그럼 제 세계의 요리를 부탁드려도 될까요?
이쪽 세상에 온 이후로,
매일 맛있는 걸 먹을 수 있어서 행복해요.
하지만 가끔은 원래 세계에서 자주 먹던 음식이 그리워질 때가 있어서...
네로
현자 씨의 세계의 요리인가...
현자
죄, 죄송합니다.
억지를 부려서...
네로
아니, 나도 모르는 세계의 요리에 관심은 있어서
대충 레시피나 재료를 알려주면 어떻게든 해볼게.
요리사의 솜씨를 보여줘야 할 때네.
현자
감사합니다! 기대되네요.
ㅡ
현자
후우, 청소는 대충 끝났네.
네로, 환기 좀 시키고 싶은데 문을 좀 열어도 될까요?
네로
그래. 밖에 사람이 지나갈 수 있으니까 조심해.
남자
... 앗!
현자
(어라, 문 앞에 사람이 서 있어...?
네로의 가게는 지금은 영업하고 있지 않을 텐데)
남자
당신, 여기 점원이야?
현자
아뇨, 잠깐 청소를 돕는 중인데...
남자
청소?라는 건, 혹시 이 가게 다시 여는 건가!?
그리운 고향의 맛을 3화
네로
무슨 일 있어?
응? 당신,
분명 자주 왔었지...
남자
주인 씨...
당신 마법사였다며.
갑자기 가게 문을 닫은 것도 그 때문인가?
네로
... 그렇지.
현자
(어쩌지. 동쪽 나라는 특히 마법사에게 배타적이라고 했잖아.
괜찮을까...)
남자
난 네 요리를 좋아해서 여기가 문 닫은 게 너무 아쉬워.
만약 가게를 다시 열면, 또 오고 싶었어.
네로
... 미안하지만 당분간 영업할 예정은 없어.
남자
... 그런가.
이 거리에서는 확실히 어렵겠네.
네로
...
남자
난 말이야, 지금 다른 데 살지만
이 거리에서 고아로 자랐어.
내가 돈을 벌게 되고 나서
우연히 당신 가게에 들렸는데,
이렇게 맛있는 요리가 있다는 것에 감동했어.
그때부터 이 가게에 다니게 됐고,
부모가 없는 나에게 있어서 고향의 맛이라고 하면 이 가게의 맛이야.
현자
고향의 맛...
(확실히, 나도 원래 세계의 요리가 그리울 때,
먹으면 굉장히 안심이 되니까...)
남자
이상한 말 해서 미안해.
오늘은 주인 씨를 만날 수 있어서 좋았어.
네로
... 당신, 잠깐 기다려 줄래?
가게 안으로 돌아간 네로는,
뭔가 서두르는 모습으로 종이에 글자를 써 남자에게 내밀었다.
네로
받아.
네가 제일 마음에 들어했던 음식, 그거 맞지?
남자
... 이건 그 요리의 레시피인가?
네로
앞으로 네가 고향의 맛이 먹고 싶어 지면,
그 레시피에 따라 만들면 먹을 수 있을 거야.
남자
... 고마워! 소중히 할게.
이봐, 만약 언젠가
또 가게를 열게 되면 가르쳐 줄래?
네가 마법사여도
난 네 요리도, 가게 분위기도 정말 좋았으니까 말이야.
이별을 고하고,
두 손으로 소중하게 레시피를 들고 떠나는 남성의 뒷모습을
네로와 나란히 서서 조용히 지켜보았다.
현자
저도 언젠가
손님으로 붐비고 있는 네로의 가게를 보고 싶네요.
네로
하하, 그건 이제 꿈같은 얘긴데.
이제 나도 일단락됐으니까,
현자 씨의 세계의 요리에 대해 가르쳐 줘.
현자
네?
네로
어이어이, 까먹었냐고.
오늘 답례로 네 고향 음식을 해준다고 했잖아.
현자
기, 기억하고 있어요!
음, 그러니까
가능하다면 고기 감자조림을 먹고 싶어서...
네로
고기 감자튀김인가.
좋아. 일단 재료부터 생각해야겠네.
너희 세계의 요리는 재료부터가 이쪽 세계와는 다른 것 같으니까.
... 너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열심히 해볼게, 현자 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