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스러운 나날을 비추며] 레녹스 SSR
생일을 보내는 법 1화
시노
찾았다, 레녹스.
받아라.
레녹스
... 이 꾸러미는?
시노
오늘 생일이지?
선물이다.
당장 안을 확인해봐도 돼.
레녹스
괜찮나?
그럼 당장 열어볼게.
... 이건,
상당히 고급진 안경이네.
덩굴 세공의 정교함...
동쪽 나라의 명품인 거 같은데.
시노
이전에 단련할 때, 안경에 금이 갔었잖아.
그 사죄의 의미도 포함해서다.
레녹스
바로 마법으로 고쳤으니까 신경 쓰지 않아도 됐는데...
신경 쓰게 해서 미안하군.
시노
기쁘지 않은가?
레녹스
아니, 시노에게 이런 선물을 받을 줄 몰라서 조금 놀랐어.
시노
그럼 좀 더 솔직하게 기뻐해라.
우리들이 고른 거니까.
레녹스
우리들?
시노
그래.
얼마 전에 동쪽 마법사들끼리 임무를 갔을 때,
히스한테 안경 깨뜨린 얘기를 했더니 사과하는 게 좋겠다고 해서.
그래서 파우스트가 소개해 준 가게에 가서 다 같이 골랐다.
파우스트가 말했지.
이제 곧 레녹스의 생일이니까 선물로 주면,
그렇게 기죽지 않고, 받을 거라고.
레녹스
... 그랬었나.
고마워, 시노.
소중히 여길게.
시노
좋아할 때는 좀 더 기쁜 반응을 해줘야 파우스트나 다른 사람들도 놀랄 거야.
와~ 라든가, 아싸~ 같은 거.
레녹스
그렇구나. 참고할게.
히스클리프
앗.
시노, 레녹스.
시노
마침 잘 왔어.
레녹스가 우리 선물을 받았다고.
파우스트
딱히 일부러 보고하지 않아도 괜찮다만...
네로
하하, 다행이잖아.
시노
흐흥.
레녹스
다 같이 안경을 골라줬다고 들었어요.
혹시 한가하시면 답례로 차를 대접해도 될까요?
시노
좋네.
마침 출출하던 참이었어.
히스클리프
그래도, 괜찮아?
오늘 레녹스 생일인데.
파우스트
원래 네가 주역으로서 초대받는 쪽이어야 하는 거 아냐...?
네로
뭐 어때.
모처럼이니까 초대에 응하자고.
레녹스
폐가 되지 않는다면 부탁드릴게요.
파우스트
네가 그렇게 말한다면야...
히스클리프
응.
호의를 받아들여볼까.
시노
좋아, 결정됐다.
레녹스
아싸~
파우스트, 네로, 히스클리프
봐, 놀랐지?
레녹스
그래.
앞으로도 기쁜 일이 있을 때는, 이런 반응을 해야겠네.
그럼, 갈까요?
생일을 보내는 법 2화
레녹스
......?
이상하네.
안뜰에 둔 양들이 없어.
(잠깐 떨어져 있던 것뿐인데...
스노우님과 화이트 님에게 부탁받은 용건을 끝내는 사이
멋대로 이동해버린 걸까)
그렇다 치더라도 어디에...
루틸
양들 씨, 기다려~!
미틸
기다려주세요~!
피가로
아아, 레노가 돌아왔구나.
앞만 보고 내달릴만했네.
레녹스
미틸, 루틸. 그리고 피가로 선생님까지.
혹시 양들이 무슨 짓을 했나요?
미틸
앗, 아니에요.
오늘 레노 씨 생일이죠?
루틸
실은 축하하는 날답게
양들 씨도 치장을 해주려고 저희가 데리고 나온 거예요.
레녹스
그랬구나.
그래서 액세서리도 달고, 다들 멋있어진 거구나.
루틸
네.
하지만 예상치 못 하게 다들 기운이 넘쳐서...
피가로
엉망진창으로 헝클어졌어.
양이 생각보다 활발하네.
레녹스
나를 위해 일부러 고마워.
분명 멋있어진 게 좋아서, 양들도 엄청 들뜬걸 거예요.
다들 머리가 헝클어진 건 그 때문이었군요.
피가로
앗, 정말?
미틸
선생님, 헝클어졌어요!
아, 형님도!
루틸
아하하, 미틸도야.
피가로
양들은 완전히 흥분해버린 거 같지만,
마지막 마무리는 이제부터야.
피가로, 미틸, 루틸
하나~둘
피가로
<폿시데오>
루틸
<오르토닉·세토마오졔>
미틸
<오르토닉·세아르시스피르체>
레녹스
!
이 옷은...?
피가로
우리가 주는 선물.
미틸
셋이서 레노 씨한테 어울리는 의상을 골랐거든요.
양들 씨랑 커플로 맞춰봤어요.
루틸
생각보다 더 잘 어울려요.
레노 씨 멋있다! (イケメン..)
레녹스
고마워, 쑥스럽네.
피가로
모처럼의 축하인데,
나도 꾸며서 멋있어져(イケメン..) 볼까?
루틸
그거 좋은데요!
미틸
주역은 레노 씨니까 너무 튀면 안 돼요!
그래도 다 같이 꾸미는 건,
특별한 날 같아서 설레네요.
루틸
어떤 스타일로 해드릴까요?
멋있는 느낌? 아니면 우아하게?
미틸
레노 씨는 어떻게 생각해요?
레녹스
그렇네...
세 분도, 저희들이랑 커플로 보이는 치장을 했으면 좋겠는데...
부탁해도 될까?
미틸, 루틸
......!
네, 그럼요!
피가로
레노도 되게 귀여운 말을 하게 됐네.
레녹스
네, 덕분에요.
미틸
레노 씨, 저희들 옷 같이 골라요!
루틸
얼른얼른!
레녹스
그래.
생일을 보내는 법 3화
레녹스의 생일파티도 끝나고, 마음이 차분해질 때쯤.
나는 선물을 주기 위해, 그의 방을 찾아갔다.
레녹스
현자님.
현자
밤늦게 죄송해요.
지금 괜찮으신가요?
레녹스
네. 무슨 일이신가요?
마주하고 있는 그는, 여느 때처럼 온화하게 웃어줬다.
하지만 아주 조금, 표정에 그늘이 있는 것 같다.
현자
... 저기, 레녹스.
무슨 일 있었나요?
기분 탓이면 좋겠는데, 조금 기운이 없어 보여서요...
레녹스는 눈을 깜빡이더니 그대로 힘없는 미소를 지었다.
레녹스
오늘 하루 계속 떠들썩했던 탓인지,
혼자 방으로 돌아가니 조금 씁쓸한 기분이 드네요.
현자님만 괜찮으시다면, 말동무가 되어 주지 않겠습니까?
현자
네, 그럼요.
레녹스
죄송합니다.
떼를 써서요.
현자
아뇨, 오히려 기쁜걸요.
레녹스
기쁜가요?
현자
네, 만난 지 얼마 안 됐을 때의 레녹스는
누군가에게 기대거나 자신의 부탁을 전하는 것에 서툴게 보여서...
이렇게 자연스럽게 부탁을 할 수 있게 돼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레녹스
확실히 듣고 보니...
여기서 지내게 되고 나서부터, 뭔가 욕심이 생기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어요.
현자
그 마음 알 것 같아요.
저도 처음에는 마법사의 계신 분들과 어울리는 법을 몰라서 조심스럽기만 했는데...
친해질수록 같이 하고 싶고 즐기고 싶고,
그런 마음이 점점 커지더라고요.
레녹스
네.
웬만한 건 혼자서도 할 수 있지만,
그런 마음은 혼자 채울 수 없네요.
현자
... 레녹스.
맞다. 이거 제가 드리는 선물이에요.
괜찮으시면 받아주세요.
레녹스
저한테요? 감사합니다.
이건... 루어인가요?
현자
네, 레녹스는 낚시하러 자주 다니니까,
만드는 법을 알아보고 나무로 만들어 봤어요.
그리고 예전에 레녹스와 낚시를 했던 게 너무 즐거웠거든요...
또 같이 갔으면 좋겠어요.
레녹스
부탁드릴게요.
이번에는 좀 멀리 있는 강으로 가볼까요?
사실 낚아보고 싶은 물고기가 있어서요.
그 물고기를 낚으려고 새 루어를 찾으려던 참이었거든요.
듣기로는 낚시꾼도 놀랄만한 이렇게 큰 물고기라고 해서...
레녹스는 두 팔을 활짝 벌려 보였다.
현자
그, 그렇게나요?
그럼 힘내서 그 거물을 같이 낚아 올립시다!
레녹스는 고개를 숙이며, 안경 안쪽의 눈을 가늘게 떴다.
레녹스
현자님 덕분에 씁쓸했던 마음이 조금 없어졌어요.
생일인 오늘 하루만으로는 이룰 수 없었던 것들이
앞으로도 계속 기다리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니 기대가 되네요.
현자님, 감사합니다.
선물도, 지금의 따뜻한 시간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