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스/남

[행복을 주고 싶어서] 피가로 SSR

닉네임칸 2021. 6. 2. 21:05

행복한 최후를 향해 1화

 

 

그건, 이변이 있었던 호숫가 거리로 마법사들과 조사를 하러 왔을 때이다.

 

 

 루틸

 

그런...

무척이나 안타까운 최후네요...

 

 

 현자

 

죄, 죄송해요, 루틸.

조금 잔혹한 이야기였죠.

 

 

시무룩하고 슬픈 얼굴을 보이는 루틸에,

나는 안절부절 못 했다.

 

 

 피가로

 

어라, 둘 다 무슨 일이야?

 

 

 현자

 

피가로...!

 

 

 루틸

 

피가로 선생님...

 

 

 피가로

 

어라.

루틸, 울 것 같은 얼굴을 하고 왜 그래?

혹시 현자님에게 무슨 일 당했어?

 

 

 현자

 

아, 아니에요!

잠깐 제 세상의 이야기를 들려줬던 것뿐이에요.

 

 

 루틸

 

제가 들려달라고 부탁드렸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슬픈 이야기여서...

 

 

 피가로

 

헤에, 현자님 세계의 이야기구나.

어떤 이야기인지 알려줄래?

 

 

 루틸

 

자신의 마음을 전하려고 애쓰던 인어 씨가,

바다의 거품이 되어버려요.

 

 

그건 내가 있던 세계에서 유명한 이야기.

 

인어가 바다에 빠진 왕자를 구하고,

목소리와 맞바꾸어 인간의 모습이 되어 만나러 가지만,

끝내는 거품이 되어 사라지는 비련의 이야기이다.

 

 

 현자

 

이 거리의 로렐라이 전설을 들으니,

왠지 생각이 나더라고요.

 

 

 피가로

 

확실히...

그런 이야기를 들었다면, 루틸이 가슴 아파하는 것도 이해가 되네.

 

 

 루틸

 

이야기에 나오는 마법사님도 목소리를 가져가다니,

조금 심술궂네요.

 

저였으면, 그러지 않고 인어 씨의 등을 밀어줄 수 있는 마법을 걸어줄 텐데.

 

 

 현자

 

(과연. 마법사의 입장에서 보면 그런 생각이 들겠네...)

 

 

 피가로

 

루틸은 착한 아이네.

그래도 루틸에게는 웃는 얼굴이 더 어울릴 것 같아.

자, 웃어줄래?

 

 

 루틸

 

피가로 선생님도 참.

저는 이제 머리를 쓰다듬는다고 위로받는 아이가 아니에요.

 

 

 피가로

 

아하하.

나이를 먹어도 나한테 루틸은 귀여우니까.

 

 

 현자

 

(루틸, 기운이 조금 돌아온 것 같아. 다행이야)

 

 

 루틸

 

... 그렇지.

인어 씨의 마음을 전할 좋은 아이디어가 생각났어요! 


행복한 최후를 향해 2화

 

 

 현자

 

마음을 전할 좋은 아이디어인가요?

 

 

 피가로

 

재밌겠네.

어떤 방법이야?

 

 

 루틸

 

이야기의 마지막을 바꿔버리는 거예요.

적어도 왕자님께 마음을 전하는,

새로운 그림책을 제가 만들겠어요!

 

 

 현자

 

와아...! 멋져요, 루틸.

저도 보고 싶어요.

 

 

 피가로

 

응.

새로운 걸작이 나올 것 같은 느낌이 드네.

 

 

 루틸

 

어쩜, 기뻐요.

인어 씨, 엄청 미인으로 그려드려야겠다.

 

클로에에게도 상의해보고

같이 이야기를 생각해봐야겠어요.

 

 

 피가로

 

좋네.

클로에도 착한 아이니까,

분명 그 인어가 행복해지는 길을 찾아주지 않을까.

 

 

 루틸

 

네!

현자님, 안타깝지만 아름다운 이야기를 들려주서 감사합니다.

 

 

 피가로

 

그렇게나 즐거워하다니,

루틸은 긍정적이라 대단해.

 

 

 현자

 

네.

루틸의 그런 부분에서, 저도 자주 힘을 얻고 있어요.

 

 

 피가로

 

... 그건 그렇고,

현자님 세계의 이야기는 의외로 잔인하네.

 

인어는 왕자를 살렸을 텐데, 무엇도 보상받지 못한 채 거품이 되다니

너무 비극적이어서 놀랐어.

 

 

 현자

 

하하... 더 잔잔한 이야기도 많이 있지만요.

이 이야기는 저희 세계에서도 특히 슬픈 거예요.

 

 

 피가로

 

그래...

 

 

 현자

 

피가로?

 

 

 피가로

 

아니, 만약 내가 그 이야기에 나오는 마법사라면,

왕자가 한순간에 사랑에 빠져버리는, 마법을 걸어줬을 것 같아서.

 

 

찡긋 하고 한쪽 눈을 감으며 가벼운 투로 말하는 피가로에,

저도 모르게 웃음이 새어 나온다.

 

 

 현자

 

그거 참 믿음직스럽네요.

인어도 금방 행복해질 것 같아요.

 

 

 피가로

 

그렇지?

뭐니 뭐니 해도 피가로 선생님은 행복을 사랑하는 마법사니까.

 

 

 현자

 

그럼 만약 피가로가 마법사가 아니라 인어 입장이라면 어떡할 건가요?

 

 

 피가로

 

아하하, 현자님은 재밌는 말을 하네.

... 그래, 나였으면.

 

첫 만남에서 말할지도 모르겠네.

폭풍우 치는 밤, 죽어가는 왕자에게

 

 

 현자

 

어... 으앗, 바람이...

 

 

바람에 밀려, 휘청거렸다.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나를,

피가로가 순간적으로 팔을 잡아 받쳐주었다.

 

 

 현자

 

피가로, 감사합니다...

 

 

 피가로

 

도와줬으면 좋겠어?

 

 

단정한 얼굴이 내 얼굴을 들여다본다.

달콤하게 꼬시는 말투가 아주 매력적이었다.

 

하지만 그 손을 놓치면,

순식간에 균형을 잃을 것 같은 위험함이 남아있다.

 

 

 피가로

 

도와주길 바란다면... 알지?


행복한 최후를 향해 3화

 

 

 피가로

 

도와주길 바란다면... 알지?

 

 

뭐든 빼앗을 것 같은,

모든 것을 복종시킬 수 있을 것 같은,

그런 박력에 압도당하고 만다.

 

 

 현자

 

아...

 

 

 피가로

 

어라, 물고기가 뛰어올랐나?

기운도 좋네.

 

 

팔을 놓으며, 피가로가 내 몸을 일으켰다.

그러고는 언제나와 같은 호감이 가는 미소를 띠며 멀어져 갔다.

 

 

 현자

 

(놀랐어...)

 

 

 피가로

 

아까 이야기 말인데.

 

 

 현자

 

아... 네!

 

 

 피가로

 

내가 인어라면, 폭풍으로 죽어가는 왕자에게

 그 자리에서 영원한 사랑을 맹세하게 하려나.

아니면 안 도와줄지도.

 

 

 현자

 

엣, 거기서 맹세하게 되는 건가요?

 

 

 피가로

 

하지만, 대가를 치러야 하는 건 왕자잖아.

인어가 아니야.

 

그는 많은 행복을 얻었는데, 인어만 손해를 보다니,

균형이 안 맞잖아.

 

 

 현자

 

그럴지도 모르지만...

그럼 이야기는 금방 끝나겠네요.

 

 

 피가로

 

좋잖아.

비극적이 스토리 같은 거, 읽다 보면 슬퍼지잖아.

 

그러니, 그만큼 템포가 빠른 게 낫지.

그렇게 인어와 왕자는 바닷속에서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현자

 

(대단해, 세계 명작이 한순간에 끝나버렸어...)

 

 

 피가로

 

뭐, 왕자가 마법사가 아닌 한

바닷속에서 숨을 쉴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루틸에게 감화된 건 아니지만.

역시 혼자 거품이 되어 사라지는 인생을 슬프네.

 

나는 해피엔딩이 더 좋아.

누가 뭐래도, 상냥한 남쪽의 마법사니까.

 

 

 현자

 

아하하.

저도 이야기는 해피엔딩이 좋아요.

 

 

 피가로

 

그렇지?

 

그러니까, 끝까지 옆에 잘 있어줬으면 좋겠어.

 

 

 현자

 

... 네?

 

 

 루틸

 

현자님! 피가로 선생님!

 

 

들뜬 목소리에 불려져 돌아보니, 루틸이 스케치북을 들고 이쪽으로 달려온다.

클로에도 함께였다.

 

 

 루틸

 

짜잔!

바로 인어 씨를 그려봤어요.

어떤가요?

 

 

 현자

 

와아, 멋지네요!

예쁜 색이 가득해요.

 

 

 클로에

 

그건 말이지, 인어의 비늘이야. 무지개색

결말도 밝아지도록 둘이서 생각해봤어!

 

 

 피가로

 

그거 기대되는걸.

어떤 멋진 이야기로 바뀌었을까?

 

너희들의 해피엔딩을 들려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