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별 하늘에 이끌려] 미스라 SSR
예상외의 휴일 1화
미스라
자. 빨리 나오세요, 현자님.
문을 닫을 수가 없잖아요.
현자
으음...
미스라, 여긴 대체...
미스라
죽음의 호수예요.
보면 알잖아요.
그렇다.
지금, 내 눈앞에는 극한의 호수가 펼쳐져 있다.
그 한 걸음 뒤는, 조금 전까지 내가 쉬고 있던
마법사에 있는 내 방과 연결되어 있었다.
브래들리
요, 현자.
뒤는 부탁한다.
오웬
하아, 피곤해.
드디어 돌아갈 수 있어.
현자
엣...!?
입구에 선 나를 치운 두 사람은, 어렵지 않게 공간의 문을 지나간다.
그리고 무심하게도 문을 닫았다.
현자
저기, 미스라...
분명 오늘은 북쪽의 마법사끼리만 임무를 맡았었죠.
미스라
다 끝났어요.
왠지 모르게 여기 오고 싶어 져서 오웬이랑 브래들리를 꼬셨거든요.
그랬더니 중요한 일이 있다느니 소란을 피우고.
그렇게 가고 싶으면 현자님을 데려가라고 말했거든요.
현자
그, 그렇군요.
스노우와 화이트는 같이 안 가나요?
미스라
쌍둥이라면, 임무가 끝난 시전에 얼른 돌아갔어요.
아무래도 이 자리에 남아있는 건, 미스라와 나 두 사람뿐인 것 같다.
현자
(갑자기 데려왔을 때는 놀랐지만,
뭐, 오늘은 쉬는 날이니까...)
맑은 공기와 주변 일대의 은빛 세계.
휴가를 보내는 데에는, 나쁘지 않은 것 같았다.
현자
죽음의 호수는 미스라가 태어나고 자란 곳이었죠.
여기에는 자주 오시나요?
미스라
가끔.
새로운 마을이 생기진 않았나 궁금해서 보러 오곤 해요.
모처럼 왔으니 들렀다 가죠.
사자의 나라.
그 말에 그만 움츠러들고 만다.
그곳은 마을 사람들이 사후에 운반되는 섬이었다.
현자
(그래도 미스라가 살았던 곳이기도 해...)
미스라
왜 곤란한 얼굴을 하고 있나요?
차 정도는 줄게요.
현자
차가 있나요...!?
미스라
네.
뼈나 약초를 달인 차라면.
고소하고 맛있어요.
현자
(뼈...
무슨 뼈인지는 묻지 말자)
미스라가 데려온 사자의 나라는,
호숫가와 마찬가지로 눈에 덮여 있었다.
유일하게 다른 건, 그 안에 뼈가 있다는 것이었다.
아무렇게나 쌓여 있거나 땅에서 일부 드러난 것이 보인다.
현자
(눈이 쌓여서 다행이야...
전체가 안 보이는 만큼, 충격이 반감되는 것 같아)
예상외의 휴일 2화
미스라가 안내해 준 곳에는, 돌을 쌓아 만든 야취 넘치는 용이 있었다.
그 위에는 몇백 년을 썼는지 모를 쇠 냄비가 매달려 있다.
(야취; 자연스럽고 소박한 정취)
현자
... 미스라는 여기서 혼자 살았군요.
외로운 곳이었다.
부뚜막을 제외하고는 생활 다움이 없고,
눈과 뼈밖에 보이지 않는다.
미스라
네.
익숙해지면, 꽤 편안해요.
그럼, 물 떠 올 테니까, 그쯤 앉아서 기다리세요.
현자
엣!
그, 그런, 같이 데려가 주세요.
미스라에게만 부탁하는 건 안 좋기도 하고...
황급히 쫓아가다가 발에 뭔가 부딪혔다.
조심조심 봤더니, 사람의 두개골 같은 뼈가 뎅그렁 굴러간다.
현자
히이이...!
미스라
아아, 뼈 더미가 무너졌네요.
마침 잘 됐네요.
이걸 쓰죠.
미스라는 내 발밑에 있던 짐승의 뼈 같은 것을 검분하며,
쨍그랑하며 쇳냄비에 내던진다.
미스라
당신, 굼뜨니까 안 와도 돼요.
혼자가 싫으면 그 녀석이랑 기다리세요.
현자
그 녀석?
미스라
네. 보세요, 뒤에.
뒤돌아보니, 인골이 서 있었다.
현자
꺄~!!
미스라
감사하세요.
제 마법으로 움직일 수 있게 해 놨으니까요.
현자
(해골과 둘이는 역시 무리야...)
이 뒤로도 여러 가지가 있었다.
물을 긷다가, 아처 피시라는 물고기에게 습격당하거나,
갑자기 고드름이 쏟아지거나.
사자의 나라는 위험하고 놀라움뿐이어서 계속 소란을 피운 것 같다.
미스라
어때요, 사자의 나라는.
감명받았나요?
현자
그러게요...
인간에게는 꽤나 힘든 환경인 걸 잘 알 수 있었어요.
... 응?
... 아...
정신을 차려보니, 시각은 해 질 녘이었고
눈앞에는 아름다운 노을이 퍼져 있었다.
호수에 떠 있는 얼음이 반짝반짝하고 햇빛을 반사하며,
황금색으로 물들어 있다.
현자
예쁘다...
미스라
나쁘지 않은 경치죠.
역시 다음엔 오웬이랑 브래들리도 데려올까.
현자
그렇네요.
너무 환성적이고, 두 분도 기뻐서...
......
... 후암...
미스라
왜 그런가요?
현자
아뇨.
감동받으니까 엄청 안심이 돼서.
움직여서 그런지...
뭔가, 졸음이...
......
...... 어라...?
(주변이 캄캄해.
분명 나, 미스라와...)
미스라
일어났나요?
예상외의 휴일 3화
소리가 들리는 쪽을 보니, 미스라는 호숫가에 언짢은 듯이 누워 있었다.
그리고 뭔가 좋은 향이 났다.
미스라
정말이지, 제 앞에서 잠을 자다니 자랑인가요?
살해당하고 싶으세요?
현자
죄, 죄송해요.
그런데, 그건...?
좋은 향기의 정체는, 미스라가 피운 향이었다.
그뿐이 아니다.
왠지 미스라는 마법사에 있는 그의 방에 있어야 할
초승달 쿠션과 안대도 손에 들고 있다.
현자
그 숙면 용품들은...?
미스라
당신이 잠들기 시작했으니 저도 자려고요.
공간의 문으로 마법사에서 대충 들고 나온 거예요.
현자
일부러 마법사에서?
그냥 돌아갈 생각은 안 했나요?
미스라
이 호수는 제 마나 에리어니까요.
여기가 더 편할 것 같았어요.
그리고 당신 안 일어났고.
질질 끌고 문을 통과하는 것도 귀찮았거든요.
하마터면 호수에 버릴 뻔했다고요.
현자
... 그건 죄송했습니다.
으음, 손을 잡을까요?
그 편이 잠들기 쉬울지도 모르고...
미스라
됐어요.
잠 잘 기분이 아니거든요.
그것보다 배가 고프네.
현자
확실히...
낮부터 아무것도 안 먹었네요.
미스라
뭐 좀 가져올까요?
나무 열매나 생선...
현자
아...
그럼 조개는 어때요?
미스라
조개?
현자
네.
전에 여기 왔을 때, 브래들리가 캤는데 맛있어 보이더라고요!
그때는 먹지 않고 버렸었지만,
분명 조개껍질 안에 보석을 낳을 것 같아서...
미스라
아아, 그거구나.
미스라가 천천히 몸을 일으킨다.
그리고 내 어깨에 손을 뻗어...
현자
!?
나는 호수에 빠뜨렸다.
현자
... 읏, 어흡...
미, 미스라...!?
수면에서 얼굴을 내밀며 뭍에 매달렸다.
미스라의 마법 덕분인지 호수 안은 차갑지 않았다.
미스라
조개를 캐러 가는 거잖아요?
호수에 들어가야 찾을 수 있죠.
현자
그럼 먼저 말을 해주세요...!
엄청 놀랐어...
미스라
아하하.
당신 오늘은 하루 종일 놀라시네요.
은빛의 달이, 웃는 미스라의 얼굴을 비춘다.
호수 속에서 올려다본 미스라는 즐거워했다.
미스라
성해 조개라면 군생하는 곳을 알아요.
따와서 용으로 구워줄게요.
미스라가 뛰어들어와 수면이 크게 흔들린다.
물속에서도 괴롭지 않다는 것을 깨닫고,
황급히 나도 그의 뒤를 따라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