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일록 친애스 1~10화 수정211205
버릇없는 친구에게 1화
현자
샤일록한테 빌린 유리잔 돌려줘야지. 이 시간이면 바에 있으려나?
현자
바 분위기 때문에 긴장되네... 안녕하세요, 샤일록.
샤일록
안녕하세요, 현자님.
현자
잔을 돌려드리려고...
어라? 파우스트도 왔었군요.
파우스트
이제 돌아가는 길이다.
... 그럼
샤일록
네
또 언제든지 오세요.
현자
파우스트가 마시러 오기도 하는군요.
샤일록
사람이 별로 없을 때 오시네요.
네로나 오즈도 혼자서 마시러 온답니다.
현자
계속 입을 다물고 있나요?
샤일록
이야기도 즐기신답니다.
파우스트나 네로는 상담할 게 많아서
1. 어떤 이야기를 하나요?
현자
어떤 이야기를 하나요?
샤일록은 상냥하게 미소 지었다.
샤일록
현자님의 마법사로서,
동지라고 해도 그들은 손님이니까요.
손님의 이야기는 다른 사람에게 누설할 수 없답니다.
현자
아... 그렇네요.
죄송해요.
샤일록
아뇨.
그러니 부디 현자님도
스스럼없이 수다 떨어주세요.
흉계든, 사랑 얘기든, 과거의 실수든.
2. 또 누가 오나요?
현자
또 누가 오나요?
샤일록
모두들, 자주 오신답니다.
브래들리나 오웬도 오고.
카인도 불쑥하고 오네요.
스노우 님이나 화이트 님...
루틸이나 레녹스도 와주세요.
얼마 전에는 클로에가 젊은 마법사들을 데리고
반 견학 삼아 찾아오셨어요.
시노도 히스클리프도, 긴장하는 게 귀여웠답니다.
현자
그러고 보니 샤일록은
누군가와 상담하는 경우가 많죠?
카인이나 클로에도 곧잘
샤일록과 상의하겠다고 했어요.
파우스트나 네로가 그런 건 놀라웠지만...
그렇지만, 왠지 모르게 그 마음 알겠어요.
버릇없는 친구에게 2화
현자
그렇지만, 왠지 모르게 그 마음 알겠어요.
샤일록
그렇습니까?
샤일록이 미소 지었다.
색다르고 차분한 눈빛은
달밤의 파도가 치는 모래사장처럼
상냥하고, 적당하고, 고상하게 심장을 간질인다.
격렬한 것이나, 선명한 것은
매력이 강하면 강할수록 녹초가 될 때까지
마음을 피곤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샤일록은 선명한 매력을 내포하면서
촉촉하게 달라붙어 줄 수 있는
특별한 것을 털어놓기 쉬운 낌새가 있었다.
샤일록
유리잔을 돌려주러 오셨었죠.
모처럼이니까, 한잔 드시겠어요?
강요하는 것 같지 않고
은은한 목소리나 말투도 좋다.
나는 웃으며 의자에 앉았다.
현자
술이 아닌 것도 있나요?
샤일록
만들어 드릴게요.
술집 주인이니, 술을 좋아할 텐데
싫은 내색도 하지 않고, 은연중에
맡아 주는 행동도 좋아한다.
그가 상냥하고, 정중하고, 고상할수록
스스로도 상냥하고 정중하고 고상해지고 싶어서
자세가 바르게 된다.
그런 점을
마법사의 주민들도 좋아하는 거겠지
샤일록
드세요
현자
와, 예쁜 색이네요.
과일 향기가 좋은 게 남쪽 섬의 밤하늘 같아
칵테일 이름이 뭔가요?
샤일록
즉석에서 만든 거라 이름은 없지만,
붙여보자면,
'잔을 돌려주러 온 손님을 붙잡는 한 잔'
현자
맛있어요!
또 마시러 오고 싶어 지네요.
'잔을 돌려주러 온 손님을 붙잡는 한 잔'
우리는 장난스럽게 웃었다.
버릇없는 친구에게 3화
샤일록
이쪽 세계에서의 삶은 익숙해지셨나요?
현자
네, 여러분 덕분에 안정이 돼서,
지금은 현자의 서에 마법사에 대한 것들을 쓰고 있어요.
여기 있는 모든 사람들도요.
샤일록
재미있을 것 같네요.
현자
제가 갑자기 원래의 세계로 돌아가도,
현자의 서에 자료가 남아있다면,
새로운 현자님도, 여러분도 곤란하지 않을 거라 생각해요.
괜찮다면 샤일록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 들을 수 있을까요?
샤일록
상관없어요.
현자의 서에 적을 수 있는
적절한 이야기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현자
듣고 싶어요!
샤일록
그렇다면, 현자님이 다 마시면
오늘 밤은 문을 닫을까요
샤일록
제 방에서, 단 둘이서, 얘기 나눠요.
예쁜 눈을 가늘게 뜨고
놀리듯 샤일록이 미소 짓는다.
샤일록이 이런 얼굴을 할 때마다
이상하게 쑥스럽다.
그도 일부러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샤일록은 받아들여 주었고,
무알콜 칵테일을 마시는 동안
바는 조용했다.
의식과 같은 기묘한 시간 속에
나는 기대와 불안이 섞여
이상한 고양을 느꼈다.
밤 축제에 가는 길을 걷는 것 같다.
조금은 낯선 내가
익숙한 요염한 공간에 빠져든다.
현자
잘 마셨습니다.
샤일록
감사합니다. 그럼, 갈까요?
샤일록은 손가락으로 딱 소리를 냈다.
순식간에 바의 불빛이 어두워지고
클로즈 간판이 내려온다
나는 샤일록과 함께 그의 방으로 향했다.
버릇없는 친구에게 4화
샤일록의 방으로 가는 길에
무르를 만났다.
무르
현자님! 샤일록!
어디 가는 길이야?
샤일록
제 방에서 현자님과 이야기할 거예요.
무르
좋겠다! 내 이야기? 달 이야기?
샤일록
당신의 이야기도 달의 이야기도 하겠지요.
무르
나도 가도 돼?
샤일록
안 돼요.
고양이처럼 따르고 있는 무르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샤일록은 웃었다.
샤일록
오늘 밤은 현자님과 보내겠습니다.
질투해주세요.
샤일록은 걷기 시작했고
무르도 더 이상 쫓아오지 않았다.
등 뒤를 돌아보면서, 나는 물었다.
현자
괜찮나요?
저는 무르와 같이 있어도 괜찮아요.
샤일록
어라. 저를 독점하고 싶다고
말씀해주시지 않을 건가요?
농담인 듯한 그에게 또 쑥스러워하고 말았다.
현자
도.. 독점하고 싶어요...
샤일록
후후. 솔직한 사람이네요.
도착했네요.
들어오세요
현자
여기가 샤일록의 방...
1. 어른스러운 방이네요.
현자
어른스러운 방이네요.
샤일록
어라, 어른스러운 방이라뇨?
현자
엣? 이렇게...
어른이, 어른스러운 것을
하기 쉬운 것 같다고나 할까...
샤일록
어른스러운 것...
현자
......
수, 술을 마신다거나!
샤일록
아아, 그렇군요.
납득한 듯 한 얼굴을 하고서,
샤일록은 키득거리기 시작했다
샤일록
그렇다면 항상 하고 있지요.
현자
(으으... 웃고 있어...
분명 놀림받았어...)
2. 큰 캐비닛이네요.
현자
큰 캐비닛이네요.
샤일록
묵직하고, 윤기 나고, 분위기도 좋죠.
블랑셰 산 목재는 고급이니까요.
현자
블랑셰라면...
샤일록
네.
히스클리프 덕분에, 싸게 구입했답니다.
3. 멋진 테이블이네요.
현자
멋진 테이블이네요.
샤일록
감사합니다.
가게는 카운터 아니면 하이 테이블이니까,
로우 테이블을 원했거든요.
아, 벌써 상처가 났어...
무르에게 물린 것 같네요.
현자
(왜 테이블을...)
버릇없는 친구에게 5화
샤일록
저는 가볍게 마실 생각인데,
현자님은 어떻게 하시겠어요?
벌써 배가 부르신가요?
현자
아, 지금은 괜찮아요.
샤일록
알겠습니다.
샤일록은 잔에 와인을 따르고
의자에 걸터앉으며, 파이프를 물었다.
한숨과 함께 흰 연기가 감돈다.
샤일록의 파이프에서는
장미와 사과와 계피 냄새가 났다.
현자
항상 생각했었는데
그거, 담뱃잎이 아니군요.
좋은 향기가 나요.
샤일록
옛날에는 담배를 피웠는데
수백 년 전에 혐연 붐이 일어나서...
그때 바꿨어요.
(혐연: 다른 사람이 근처에서 흡연하는 것을 꺼리는 것)
현자
(혐연 붐, 역시 일어나는구나...)
샤일록
유행하던 시절에는 다른 마법사들도
파이프를 하고 있었죠.
마녀인 치렛타는 시가를 좋아했어요
현자
치렛타...
남쪽 형제의 어머니를 알고 있나요?
샤일록
저는 오랫동안 가게를 열어 왔으니까요.
피가로 님이나 스노우님, 화이트 님도 오셨습니다.
레녹스도 한 번은.
현자
레녹스가요? 의외네요.
샤일록
사람을 찾아서 방문한 거였죠.
누구를 찾고 있었는지는, 뭐, 말하지 않겠습니다만.
샤일록은 그렇게 말하며, 목 깊숙이에서 웃었다.
샤일록
누군가 씨도, 레녹스에게는 약하시네요.
성품이 성실한 사람이니깐,
인생을 소비하며 자신을 찾아준 것에 대해 책임을 느끼고 있겠지요.
애를 쓴 보람이 있어 좋은 일입니다.
저의 경우는...
아, 순서대로 이야기하는 것이 좋겠네요.
뭐부터 얘기할까요, 현자님.
현자
아... 그럼,
간단한 자기소개를 해주시겠습니까?
샤일록
샤일록·베넷
태어난 곳도 서쪽 나라랍니다.
신주의 환락가에서 술집을 경영하고 있지요.
현자님이 생각하시는 것보다 훨씬 오래 살고 있습니다.
오즈님들 만큼은 아닙니다만,
무르와 비슷하고, 오웬보다는 많네요.
버릇없는 친구에게 6화
현자
계속 술집을 하셨나요?
샤일록
아뇨. 원래는 귀족 태생이었어요.
서쪽 나라의 인구와 도시의 수가,
지금의 10분의 1 정도였을 때의 이야기지만요.
인강의 수가 적을 때에는
마법사가 존경받고 있었죠.
부족의 우두머리인 경우도 많았지요.
제가 태어난 것은, 그런 시대와
인간의 수가 늘어나며
마법사가 기피되어 가던 시대의 경계였습니다.
현자
사는데 어려운 일은 없었나요?
샤일록
그렇죠.
사실 처음에는 별 어려움 없이
베넷 가를 지켜보고 있었어요.
베넷 가문이 책모나 권력 다툼에서 패하여,
지방 귀족들로부터 지방 지주들까지 몰락해 가기까지,
정든 땅에서 살았죠.
전의 현자님에게서 분명...
자시키와라시 같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자시키와라시, 알고 계시나요?
현자
알고 있습니다만,
제가 아는 자시키와라시의 이미지와
샤일록의 이미지는 많이 다르달까...?
샤일록
어라, 그런가요.
샤일록은 키득거리고 웃었고,
그리운 듯 눈을 흘겼다.
샤일록
저는 베넷의 땅을 좋아했어요.
언덕 위에는 포도밭이 펼쳐져 있고,
언덕에서 내려다보면 검푸른 해안이 빛나고 있죠.
그것은 정말, 훌륭한 아름다움이었습니다.
옛날부터 환락가로도 유명했기 때문에,
명랑하고, 떠들썩한, 밝은 거리도 있었죠.
베넷 가문이 시대의 흐름으로 흩어지고 나서도,
저만 토지 한구석에 남아 술집을 차렸어요.
그로부터 대략 700년 정도 되었네요.
현자
700년...
700년 동안 운영하는 술집이라니 대단해요.
샤일록
현자님의 나라에도
천년을 이어온 목수나 여관이 있다고 말하던데요.
현자
그러고 보니, 퀴즈 프로그램에서 들어본 것도 같고...
버릇없는 친구에게 7화
샤일록
지금을 사는 사람들에게는 그런 것인지도 모르겠네요.
저를 연하로 생각하고 있는 손님도 계세요.
하지만, 점차 마법사 손님만 남았습니다.
사람과 동석하면 트러블이 생기는 경우가 많아서,
저도 요즘은 마법사의 가게로 하고 있죠.
마법사들은 모두 시대에 뒤떨어져 갈 곳이 없어지고,
변하지 않는 장소를 찾아 버리는 거겠지요.
차분한 어조에, 감개가 깊어졌다.
마법사는 장수한다고 들었는데,
시대의 변화는 어떤 식으로 보일까
현자
포도밭이 있는 언덕과 깨끗한 해안이 있는 환락가...
샤일록의 가게는 멋진 곳에 있네요.
1. 저도 가보고 싶어요
현자
저도 가보고 싶어요.
샤일록은 쓸쓸히 웃었다.
샤일록
지금은 경치가 많이 변했어요.
호안을 위해 해안은 정비되었고,
인공적인 소파재가 줄지어 있습니다.
파도 소리도 바뀌고
바닷새 소리도 안 나게 됐어요.
매우, 유감입니다만.
현자
그런가요...
2. 700년이나 이어질만했네요.
현자
700년이나 이어질만했네요.
샤일록
감사합니다.
시대도, 경치도 변하며,
제 가게도 영향을 받아왔지만...
변화 속에서도, 변함없는 것이 있기 때문에
토지의 사랑을 받아 온 것이겠지요.
현자
(변화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것...
그건 경치나 가게의 분위기도 있겠지만,
샤일록을 말하는 게 아닐까)
(샤일록의 고상함과, 아늑함은 변치 않을 거야...)
현자
다른 이야기지만...
무르와는 오랜 친구라고 들었는데
어디서 알게 됐나요?
샤일록의 가게인가요?
샤일록
네, 그렇습니다.
무르가 처음 저희 가게에 왔을 때,
전 이미 그를 알고 있었어요.
무르는 유명인이었으니까요.
그는 신사적이고, 예의 바르고
약간 거드름 피우는 것 같기도 했습니다.
샤일록은 문득 웃으며,
입가에 농담조로 집게손가락을 세웠다.
샤일록
여기서만의 이야기입니다만, 술집 주인이라는 것은
폼 잡는 손님을 싫어한답니다.
저도 웃는 얼굴로 경계하고 있었죠
그 훌륭한 학자 선생님은
자신의 똑똑함을 다른 손님에게 과시하기 위해
까다로운 연설을 하지 않을까,라고
버릇없는 친구에게 8화
샤일록
그 훌륭한 학자 선생님은
자신의 똑똑함을 다른 손님에게 과시하기 위해
까다로운 연설을 하지 않을까,라고
근데, 무르는 달랐어요.
그는 진짜 천재이고 주목이나 칭찬에는 흥미가 없었죠.
그가 처음 했던 말을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
"너의 고독에 대한 철학을 듣고 싶어.
없다고는 하지 마.
이 언덕에 달라붙어 시대의 흐름을 계속 방관한 너는..."
"고독에 대해서,
모종의 페치즘(페티시?)이 있을 거야."
상상 이상으로 퉁명스러웠다.
현자
... 그래서,
샤일록은 어떻게 했나요?
샤일록
가게 문을 닫았어요.
샤일록은 눈꺼풀을 감고
파이프를 들이마시더니 연기를 내뿜었다.
샤일록
무르하고 둘이서 얘기하기 위해.
현자
그리고...?
샤일록은 입을 열다가
문득, 생각난 듯 미소 지었다.
샤일록
아침까지 열띤 이야기를 하고 있었습니다만,
어쩌다 보니 도중에 이상한 방향으로 꼬이면서
마지막은 싸움 이별입니다.
저는 다시는 오지 말라고 했고,
그는 또 오라고 할 때까지 왔습니다.
끈기에 진 것은 제 쪽이었습니다.
그리고 뭐, 오래 사귄 친구예요.
친구라고 인정하는 것은 조금 아프긴 합니다만.
샤일록의 쓴웃음에서는,
버릇이 있는 친구를 대하는, 친밀감이 우러나왔다.
샤일록도, 무르도 독특하다.
그런 두 사람이 친구 관계에 있는 것은
너무 멋지다고 생각한다.
1. 무르의 어디가 좋으세요?
현자
무르의 어디가 좋으세요?
샤일록
독창적이고, 자극적이며, 예측할 수 없는 곳이군요.
그는 지식인이었기 대문에, 그와의 대화는 전 세계를 여행하는 것 같았어요.
방심할 수 없는 여행입니다.
어디서 창이 쏟아지고, 불을 불어올지 몰라요.
그는 심술궂고, 그도 자극을 좋아하니까.
하지만, 알지 못하는 스스로를 만날 수 있는 기대와 고양을 안겨준다.
그런 점이 좋았습니다.
2. 무르의 어디가 싫으세요?
현자
무르의 어디가 싫으세요?
샤일록
많이 있죠.
오만하고, 지적 호기심 앞에서는 냉혹하고,
탐욕스럽고, 귀찮은 사랑을 하고 있는 것.
입니다만...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없어요.
그런 그를 좋아하기도 했으니까요.
제일 싫어하는 건...
그렇네요...
샤일록은 문득 체념한 듯한 얼굴로 웃었다.
샤일록
저에게 호감을 사고 있다는 자각이 있다는 점이에요.
버릇없는 친구에게 9화
현자
과연... 그러면, 무르의 영혼이 깨져서
지금의 무르가 되어버렸을 때는
분명 충격이었겠네요.
샤일록
예상외의 사태이긴 했습니다만,
언젠가 무르가 따끔한 맛을 볼 줄 알았거든요.
오만하고 자신감 있고 윤리관이 없는 사람이니까.
원래대로 돌아갈까 봐 걱정되는 마음이 반.
그것 보세요,라고 하는 기분이 반.
이라고 말한 참이죠.
현자
원래의 무르로 되돌릴 생각 아닌가요?
샤일록
그럴 생각이긴 한데,
지금의, 기른 무르도 귀여운 아이잖아요.
되돌려서, 그 무르가 된다고 생각하면...
샤일록은 질린 어조로 말했다.
그다음에 어깨를 으쓱하면서 한숨을 내쉰다.
샤일록
그래도 역시 그리워지겠죠.
최종적으로는 원래대로 돌아갔으면 합니다만,
서두르지 않고 임해 나갈 생각입니다.
현자
확실히, 지금의 무르를 만날 수 없게 되는 것은
외로울지도 모르겠네요.
원래대로 돌아간 무르는
지금처럼 순진하게 굴지는 않을 것 같나요?
샤일록
아하하
... 상상만 해도 무서워요.
샤일록이 드물게 정색을 해서
나는 기가 죽었다.
역시, 꽤나 버릇이 있는 사람 같다.
툭, 하고 파이프 속의 잎을 버리고
샤일록이 파이프를 집어넣으려고 한다.
그전에 나는 말을 걸었다.
현자
그거 샤일록의 마도구죠?
마도구라는게 다들 개성이 나타나고 재밌네요.
샤일록
네. 이것은 진귀한 물건이었습니다.
장터에서 보다가 마음에 들어서 구했습니다만,
팔던 분과는 그 후로 만나지 못했어요
파이프를 바라보면서,
샤일록은 상냥하게 미소 지었다.
샤일록
사람도, 물건도, 만남은 운명이죠.
그때 그걸 찾지 못했다면 자신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하루하루는 그런 일기일회로 넘치고 있습니다.
현자
그럴지도 몰라요...
지금의, 무심코 좋아하는 물건이나, 가지고 있는 것이
운명이라고 생각하면 멋지네요
샤일록
어느 날 우연히 하늘에서 내려오는 것이나,
발밑에 굴러온 것을 소중히 하고,
깊이 생각하는 쪽이 저는 자신 있습니다.
버릇없는 친구에게 10화
샤일록
반드시 손에 넣겠다고 맹세하고,
아득히 먼 산꼭대기까지 목표로 해나가는 것은,
멋진 일이겠지만, 제가 잘 못하네요.
현자
어째서요?
샤일록
집착이나 집념을 낳을 것 같아서.
집착이나 집념이 생기면 마음대로 하고 싶어 지겠죠.
있는 그대로를 사랑하고 싶은데, 지배하고 싶어 졌다가는,
제 손에는 너무 벅찹니다.
잘하는 것, 자신의 의도를 다루지 못하고, 힘에 겨워하겠죠.
거기까지 말하고,
샤일록은 난처한 듯 미소를 지었다.
처진 눈썹에는, 어른스러운 그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앳된, 애처로운 느낌이 엿보인다.
샤일록
가끔 자문자답하기도 하지만요.
지금의 무르를 돌보는 것은 그런 것을 하는 것과 똑같지 않을까.
제 생각대로 무르를 키우는 것 같은, 그런, 멋없는 짓을 한 건 아닌지...
희미하게, 창문으로 바람이 들어오고,
샤일록의 파이프 잔향이 은은한 향기를 풍겼다.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렇지 않다고도.
그래도 뭐 괜찮지 않아요?라고도.
성격에 문제가 있지만,
굉장히 매력적인 친구가 아이가 되어버렸을 때,
나는 어떤 식으로 보살펴 줄까?
나쁜 점은 고치고 싶다.
하지만, 그러면, 친구였던 그 아이는 아니지 않을까?
잘 돌아간다 해도,
그때, 무슨 말을 듣게 되지 않을까?
샤일록과 무르의 미래는,
어떤 모양이 될까?
어떤 형태였든 간에
그때를 보고 싶다.
왠지 모르게,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샤일록
밤이 깊었네요...
슬슬 방까지 모셔야 드릴게요.
현자
감사합니다.
오늘 밤은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좋았어요.
샤일록
저도 즐거운 밤이었어요, 현자님.
안녕히 주무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