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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꽃을 물어뜯어] 미스라 SSR

닉네임칸 2021. 6. 2. 16:00

이별 후의 주문 1화

 

 

나는 의뢰를 받고 방문했던 거리에서 열린 결혼식에 참가하여,

아서와 함께 돌아다니고 있었다.

 

 

 루틸

 

앗, 현자님과 아서님.

안녕하세요.

 

 

 현자

 

루틸과 미스라.

같이 회장을 돌고 있었군요.

 

 

 미스라

 

네, 이 사람에게 억지로 끌려와서요.

 

 

 루틸

 

모처럼 결혼식에 초대받았으니까

즐기는 게 좋잖아요.

 

 

 아서

 

그래.

그것도 신랑 신부를 향한 축복이 될 수 있을 거야.

 

 

 미스라

 

하아

 

 

 루틸

 

그러고 보니, 어머니와 아버지의 결혼식은 어땠는지

미스라 씨는 알고 계신가요?

 

 

 미스라

 

......

글쎄, 어땠을까.

기억이 잘 안 나네요.

 

 

 루틸

 

에엣, 전혀요?

 

 

 미스라

 

네, 전혀요.

 

 

 현자

 

(미스라 답다고 해야 할지, 뭐라고 해야 할까...)

 

 

 미스라

 

애당초 그 사람,

어째서 인간 남자 따위와 결혼했던 걸까요.

 

옛날에는 오즈와 아이가 낳고 싶다든가, 말했던 것 같은데.

 

 

 루틸, 아서

 

네!?

 

 

 미스라

 

아아, 생각났어요.

강한 마법사와 아이가 갖고 싶다느니, 같은 말을 했던가.

 

 

 아서

 

... 과연.

확실히 오즈님은 강할 뿐만 아니라, 요리도 청소도 잘하시죠.

 

무엇보다 누구에게나 상냥한 훌륭한 분이기도 하니

결혼 상대로서는 더할 나위 없을 겁니다.

 

 

 미스라

 

... 아서는

필요 이상으로 오즈의 편을 드네요.

 

혹시 그 남자에게 약점이라도 잡힌 건가요?

 

 

 아서

 

오즈님은 누군가의 약점을 잡거나 하지 않아.

오즈님과 차분히 이야기를 나눠 보면

그런 일을 하실 분이 아닌 걸 금방 알 수 있을 거야.

 

미스라.

괜찮다면 다음에 오즈님과 네가 차분히 이야기를 나눌만한 자리를 내가 마련해볼게.

 

 

 미스라

 

됐어요.

그러니까 당신은 그 남자에게 세뇌 마법이 걸렸다는 거죠?

 

 

 아서

 

아니, 아니야...!

 

 

 루틸

 

후후, 오즈님은 정말 멋진 분이세요.

언젠가 오즈님이 결혼하시는 모습도 볼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네요, 현자님.

 

 

 현자

 

그, 그렇네요.

 

(오즈의 결혼...

솔직히, 전혀 상상이 안 가는데...)

 

 

 루틸

 

덧붙여서, 미스라 씨는 결혼에,

흥미나 동경 같은 것은 없나요?

 

 

 미스라

 

당신에게는 있나요?

 

 

 루틸

 

그, 그건...!

언젠가는 저도 소중한 사람에게

영원한 사랑을 맹세하고 싶지만...

 

 

 미스라

 

시시하네요.

영원한 사랑이라니, 말도 안 되는데.

 

그렇잖아요,

언젠가는 분명 이별이 찾아오니까.


이별 후의 주문 2화

 

 

 루틸

 

미스라 씨...

 

 

 아서

 

... 미스라는 오래 살았으니,

그만큼 많은 만남과 이별을 겪었겠지.

 

나는 미스라만큼 많은 이별을 겪진 않았어.

 

그래도,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

옆에서 사라졌을 때의 쓸쓸함은 알아.

 

 

 미스라

 

쓸쓸함...?

 

 

 아서

 

그래.

그렇기 때문에, 마음에 둔 사람에게 사랑을 맹세하는 게 아닐까?

 

 

 미스라

 

무슨 뜻인지 모르겠는데요.

 

 

 아서

 

비록 언젠가 헤어질 날이 오더라도,

나눈 맹세가 사라지는 건 아니잖아?

 

「당신을 영원히 사랑합니다」

그 말을, 소중한 사람이 사라진 후에도 기억할 수 있다면...

 

스스로가 지금까지도 사랑받고 있다고, 혼자가 아니라고,

그렇게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그건 분명, 영원한 사랑이라고 불러야 할,

소중한 맹세라고 난 생각해.

 

 

 미스라

 

.......

 

 

 아서

 

그러니까 결혼식에서의 사랑의 맹세는

주문 같은 것일 수도 있겠네.

 

 

 루틸

 

주문?

 

 

 아서

 

그래.

비록 내가 없어지더라도

사랑하는 사람이 웃는 얼굴로 있을 수 있기를 바라는, 주문이야.

 

 

 현자

 

아서의 생각, 굉장히 멋지네요...

 

 

 미스라

 

후암...

 

 

 루틸

 

으음, 미스라 씨?

방금 아서님의 말씀 잘 들으셨어요?

 

 

 미스라

 

그것보다 저기 고깃덩어리가 맛있을 것 같아요.

아까부터 좋은 냄새가 나네요.

 

 

 아서

 

아하하, 미스라답네.

좀 전에 풍겨온 스테이크 냄새인가.

맛있을 것 같아.

 

 

 현자

 

그럼 우리 다 같이 먹으러 가볼까요?

 

 

고기 요리를 먹은 후,

또 저마다 흩어져 회장을 돌아다녔다.

 

어딜 가나 기쁨으로 가득 차 있는 회장은 즐거웠고,

눈 깜짝할 사이에 시간이 지나가 버렸다.

 

 

 현자

 

후우.

맛있어서 나도 모르게 이것저것 먹어 버렸네.

 

(어라, 저기 있는 건...)

 

미스라!

이런 곳에 있었네요.

이제 음식은 충분히 먹은 건가요?

 

 

 미스라

 

당신이야말로 다 먹은 건가요?

드물게 식욕이 왕성한 것 같던데.

 

 

 현자

 

아하하.

음식이 호화로워서 욕심을 부렸네요.

 

요리도 대단했지만,

다들 웃는 얼굴이었고, 너무 멋진 식이었어요.

 

앞으로 쭉 함께 살아갈 두 사람이 행복해 보여서 다행이에요.

 

 

 미스라

 

......

그럼 당신은요?

 

 

 현자

 

네...?

 

 

 미스라

 

당신도 언젠가,

누군가에게 영원한 사랑이란 걸 맹세하는 건가요?


이별 후의 주문 3화

 

 

 현자

 

저요...!?

으음, 글쎄요.

아마 언젠가는...

 

 

 미스라

 

흐응.

어떤 사람이랑요?

 

 

 현자

 

어떤 사람...

갑자기 물어보시면 답하기 어려운데,

상냥하고 잘 보살펴주는 사람이라던가...?

 

 

 미스라

 

헤에, 그거

저 같은 놈이네요.

 

 

 현자

 

엣...!

미스라가 상냥하고 잘 보살펴줬던가요?

 

 

 미스라

 

네.

보면 알잖아요.

 

 

 현자

 

(모르겠어...)

 

 

 미스라

 

근데 굳이 영원한 사랑 같은 건 맹세하지 않으셔도 돼요.

 

분명 언젠가,

전 당신의 이름을 잊어버릴 테니까요.

 

 

 현자

 

(미스라 얘기를 한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도 좀 섭섭하네...)

 

그건 아직 모르잖아요?

혹시 제가 없어져도 계속 기억하실지도 모르고...

 

 

 미스라

 

잊어요.

언제나 잊으니까요.

 

 

평탄한 목소리에 가슴이 꽉 조여 온다.

호수를 흔드는 바람이,

내 몸속을 휘몰아치는 것 같았다.

 

 

 현자

 

... 그래도, 조금이라도 희망을 가지면 안 될까요?

 

 

 미스라

 

......

 

 

 현자

 

아니, 정말 잠깐이면 되니까요.

시도해 보지 않으면 모르는 것도 꽤 많고...

 

 

 미스라

 

당신, 뭘 그렇게 안간힘을 쓰고 있는 건가요?

 

 

 현자

 

아니, 왜냐니...

미스라가 서운한 말을 해서 그런 거잖아요.

 

 

 미스라

 

서운한 말? 그런 말을 했던가요?

 

 

 현자

 

말했어요...

저를 금방 잊는다든가, 같은 거...

 

 

 미스라

 

... 아하하

 

 

 현자

 

엣?

 

 

 미스라

 

그럼 힘껏 노력해보세요.

 

내가 당신을 잊지 않도록,

그 애가 주문이라고는 했지만, 정말인지 제대로 증명해 주세요.

 

 

 현자

 

아서가 말한...

미스라, 제대로 얘기 듣고 잇었네요.

 

(하지만 그럼 내가 미스라에게

사랑을 맹세하지 않으면 안 되는 거 같은데...)

 

 

 미스라

 

그렇지.

당신이 현자로 있는 동안에

제 기억에 남을만한 엄청난 걸 하면 되지 않을까요?

 

 

 현자

 

미스라의 기억에 남을만한...?

 

 

 미스라

 

네.

충격적인 일이 있으면 기억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예를 들면, 오즈를 쓰러뜨린다든가.

 

 

 현자

 

......!?

아무리 그래도 그건 무리...

 

 

 미스라

 

현자님이 직접 말했잖아요.

시도해보지 않으면 모르는 게 꽤 있다고.

 

기대할게요.

당신이 그 마왕을 쓰러뜨리고 제 기억에 남는 걸 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