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호파/북

[그 미소가 있는 곳은] 오웬 SSR

닉네임칸 2021. 6. 27. 17:49

특별한 꿈속에서 1화

 

 

 현자

 

후우...

제법 모두에 관한 걸 현자의 서에 적어놓은 것 같아.

 

오늘은 여기까지 하고...

잠 자기엔 아직 이르니, 식당에 가서 차나 마실까?

 

!?

무, 뭐지 지금.

 

 

충격과 폭음에 황급히 의자에서 일어나자, 힘차게 문이 열렸다.

 

 

 오웬

 

.......

 

 

 현자

 

오웬!

무슨 일인가요?

웬지 군데군데 옷이 탄 거 같은데...

 

 

 오웬

 

미스라 때문이야.

그 녀석 잠이 안 오니까 수다를 떨어야겠다며 내 방에 들어왔어.

 

 

 현자

 

으음...

근데 왜 그렇게...?

 

 

 오웬

 

내가 알 리가 없잖아, 미스라의 변덕이겠지.

갑자기 공격해오고... 정말 짜증 나.

 

 

 현자

 

(아까의 폭발음은 그건가...)

 

 

 오웬

 

그것보다 현자님.

빨리 가자.

 

 

 현자

 

엣, 간다니 어딜요...?

 

 

 오웬

 

네가 없으면 그 녀석 못 자잖아.

 

날 죽이려고 했던 놈이

아무렇지 않게 잔다든가 그런 건 있을 수 없잖아.

 

 

오웬이 내 팔을 잡는다.

아차 하고 생각했을 때는, 창문에서 빗자루를 타고 밤하늘로 날아오르고 있었다.

 

-

 

 오웬

 

......

 

 

 현자

 

......

 

... 으음, 야시장도 떠들썩하네요.

곧장 여기로 왔는데 무슨 볼일이 있으신가요?

 

 

 오웬

 

별로.

볼일 없어.

 

 

 현자

 

그, 그래요...?

그래도 엄청 활기차고 보기만 해도 기대되네요.

 

 

 오웬

 

시끄럽네.

그 입, 꿰매 줄까?

 

 

 현자

 

(으으... 엄청 기분 안 좋아 보여.

아까부터 계속 이 상태야.)

 

(근데 오웬이 사람이 있는 곳을 좋아하는 걸까.

마나 에리어도 어딘가에 있는 시장이라고 했고.

... 아)

 

오웬.

괜찮으시면 저기 있는 카페에서 잠깐 쉬시지 않겠어요?

 

차 말고 단 것도 있어요.

생크림이 듬뿍 올라간 팬케이크라던가, 과일이 많이 들어간 케이크도...

 

 

 오웬

 

.......

 

-

 

 카페 점원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여기 딸기 쇼트케이크 나왔습니다.

 

 

 오웬

 

......

 

 

 현자

 

(다행이다.

조금 풀린 것 같아)

 

 

 오웬

 

뭐야, 빤히 쳐다보고.

 

 

 현자

 

아요. 그게...

이런 식으로 오웬과 차를 마시는 일은 별로 없던 것 같아서요.

 

 

 오웬

 

흐응.

 

 

 현자

 

(관심 없는 것 같아...)

 

... 그러고 보니, 밤에 누군가와 외출하는 것도 드문 일이네요.

 

오웬은 밤에는 어떻게 지내나요?

방에서 느긋하게라던가?


특별한 꿈속에서 2화

 

 

 오웬

 

그런 태평스러운 짓을 할 수 있겠니?

오즈와 미스라가 배회하는 마법사는 짐승의 함(군함) 같은 거야.

 

밤에는 대부분 밖에 나가고, 방에 있을 때는 결계를 쳐.

 

 

 현자

 

어라.

그럼 아까 미스라가 왔을 때는 결계를 치지 않았나요?

 

 

 오웬

 

......

 

 

 현자

 

(큰일 났다. 부수고 들어왔나 봐)

 

 

 오웬

 

<쿠아레 모리토>

 

 

 현자

 

?

 

 

느닷없이 주문을 외운 오웬의 손안에 작은 병이 나타났다.

자줏빛의 아름다운 세공이 된 작은 유리병이다.

 

 

 오웬

 

저기, 현자님.

아무것도 안 했는데 결계가 깨지고 죽을 뻔한 내가 불쌍하지 않아?

 

이러다가는 방에서 느긋하게 잘 수도 없어.

결계를 치기 위해 새로운 매개체가 필요해.

 

 

퐁 하는 소리를 내며 뚜껑을 열고,

오웬은 작은 병의 내용물을 내 홍차에 부었다.

 

 

 현자

 

... 지금, 뭘 넣은 건가요?

 

 

 오웬

 

꿈의 계절. 시럽이야.

 

마시면 특별한 꿈을 꿔.

그 꿈을 작은 병에 가둬 매개체로 하는 거야.

 

 

 현자

 

특별하다뇨?

 

 

 오웬

 

특별한 게 특별한 거지.

 

 

 현자

 

......

 

 

불안하긴 했지만, 나는 홍차를 집어 들었다.

쭈뼛대며 입에 대었다.

 

목구멍을 지나, 서서히 뱃속에서 따뜻한 감촉이 퍼졌다.

그렇게 느낄 때쯤, 내 의식은 멀어져 갔다.

 

-

 

 현자

 

......

...... 으응...

 

(... 어라, 꿈의 숲...?

분명 조금 전까지는 중앙의 나라에...)

 

 

 오웬

 

현자님, 무슨 일이야?

 

 

 현자

 

오웬.

 

 

정신을 차려보니, 내 옆에 오웬이 있었다.

하늘에서는 조용히 눈이 내리고 있다.

 

 

 오웬

 

나랑 놀러 왔잖아.

이쪽이야. 이리 와.

 

 

 현자

 

(그랬던가.

왠지 머리가 멍해서...)

 

 

앞서가는 오웬을 따라간다.

그러자 눈앞에 큰 나무가 나타났다.

 

나무 밑동은 구멍이 뻗어 있어, 터널처럼 되어 있다.

 

 

 오웬

 

여길 지나갈 거야.

 

 

 현자

 

에...

근데 뭔가 꺼려지는 느낌이...

 

 

 오웬

 

무서우면 눈 감고 있지 그래?

 

 

이끌듯이 팔을 잡고 나무 구멍 안으로 들어간다.

나는 황급히 눈을 질끈 감았다.

 

-

 

 현자

 

(... 왠지,

엄청 시선이 느껴지는 기분이야)

 

오웬.

저기 벌써 지나간 건가요?

 

(대답이 없네. 조금만 볼까...) 


특별한 꿈속에서 3화

 

 

불안에 사로잡혀 살며시 눈을 떴다.

 

그러자 번쩍하며 빨갛게 빛나는 눈알과 마주쳤다.

앞에는 나무 벽면을 가득 메울 만큼 많은 눈알이 이쪽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구멍이 있는 나무

 

교로교로!

 

 

 현자

 

으와아아...!

 

오웬...!

빨리 나가죠. 오웬! 오웬...!

 

 

몇 번을 불러도 오웬은 돌아보지 않는다.

 

터널 안에는 무서운 시선과 섬뜩한 웃음소리가 울려 정신이 아찔했다.

 

나에게 등을 돌린 채, 드디어 오웬이 대답한다.

 

 

 오웬

 

아기 고양이처럼 내 이름을 불러대고,

무슨 일이야, 애처로운 현자님.

 

 

 현자

 

도와주세요!

부탁드릴게요...!

 

 

한숨을 쉬듯 엷은 웃음기가 있다.

 

어둠에 휩쓸릴 것 같은 의식 속에서,

그가 뒤돌아본 것만은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조용하게 손가락이 울리는 소리도.

 

 

 ???

 

... 님, 손님.

괜찮으신가요?

 

 

 현자

 

... 응...

 

어라, 여긴...

 

 

 카페 점원

 

다행이다. 깨어나셨네요.

가위가 눌린 것 같아서...

 

 

 현자

 

죄, 죄송합니다.

깨워줘서 고마워요.

 

 

가게 안은 텅 비어 있었고, 나 말고 다른 손님은 없었다.

조금 전까지 시끌벅적했던 것 같은데.

 

 

 현자

 

(어라, 맞은편 자리에 작은 병이 놓여 있어.

뭔가 익숙한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

 

<아르시무>

 

 

귀에 익은 목소리가 가게 안에 울리더니,

갑자기 큰 문이 나타났다.

 

 

 미스라

 

아아, 있네요.

 

 

 그림 속의 스노우, 화이트

 

무사한가, 현자여...!

 

 

미스라가 귀찮은 듯이 문에서 나온다.

옆에는 스노우와 화이트의 그림을 끼고 있었다.

 

 

 현자

 

미스라.

스노우, 화이트도...

 

 

 그림 속의 스노우

 

아아, 다행이군.

다친 데는 없느냐?

 

 

 그림 속의 화이트

 

갑자기 마법사에서 없어져서 찾았단다.

 

 

 현자

 

없어져...? 제가요?

 

 

 미스라

 

네.

당신 마음대로 사라지는 바람에,

쌍둥이가 부려먹어서 달갑지 않네요.

 

 

 현자

 

소란 피워서 죄송합니다.

근데 왜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지...

 

 

신기한 마음으로 가게 안을 둘러봤다.

어느덧 맞은편 자리에 놓여 있던 작은 병이 없어져 있었다.

 

 

 현자

 

(뭔가 꿈을 꾸고 있었던 것 같은데...)

 

 

 그림 속의 스노우

 

아니, 현자.

네 머리에 뭐가 묻었구나.

 

 

 그림 속의 화이트

 

이건... 눈인가?

 

 

 현자

 

에?

 

 

 오웬

 

기억해 내려고 해도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아.

 

현자님이 꾸신 악몽과 비명소리는,

이 작은 병 속에 있으니까.

 

그냥 꿈 덩어리는 결계의 매개 따위로 쓸 수 있을 리 없지만,

신선한 비명소리를 들을 수 있어서, 즐거웠어.

 

또 놀자, 현자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