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밤의 일은 은밀히 1화
현자
안녕하세요, 여러분.
뭔가 재밌어 보이네요.
시끌벅적한 목소리에 이끌려 샤일록의 바를 찾았더니,
그곳에는 서쪽 마법사들과 브래들리가 있었다.
라스티카
안녕하세요, 현자님.
무르
현자님, 이리 와!
보물을 보여줄게!
현자
보물...?
혹시 그 와인 말씀하시는 건가요?
샤일록
네. 오늘 임무의 의뢰인께서 주신 선물이에요.
양조장을 하는 마법사이신데,
이게 사백 년 된 빈티지 와인이라고 하시더라고요.
현자
사, 사백 년!?
클로에
놀랐지!
이렇게까지 상태가 좋은 건 거의 현존하지 않는대.
현자
(원래 세계였으면 에도시대 정도로 전인가...?)
브래들리
단박에 깨달은 얼굴이잖아.
보석으로 환산하면 이만한 가치가 있다고.
현자
그, 그렇게나...!?
무르
아~!
그 루비 내 건데!
브래들리
하하, 이거 봐.
이 몸에게 도둑맞고 싶지 않으면, 다음부터는 뱃속에라도 숨겨놓으라고.
그것보다 모처럼의 고급 와인이야.
오늘은 그놈 좀 마시게 새 달라고.
그냥 둬도 아깝잖아.
샤일록
그렇네요.
그럼 오늘 밤은 여기에 건배할까요.
현자
그 와인이 그렇게 가지 있는 거군요.
브래들리
그래, 오래된 술은 투자 목적으로 수집하는 부자도 있을 정도야.
그런 놈이 있는 데에는 나도 도둑질하러 자주 들어갔지.
북쪽 나라에서는 특히 가치가 오르기 쉽다고.
저 포도주도 서쪽이나 중앙에서 나는 것보다 두 배 정도는 값이 더 나가.
현자
와~ 지역에 따라서도 가치가 달라지는군요...
샤일록
술의 저장은 환경이 생명이니까요.
추위가 극심한 북쪽 나라에서는 좋은 상태로 보존하는 것이 어렵죠.
무르
꼭 보존하고 싶다면,
온도가 잘 변하지 않는 지하나 동굴 깊은 곳이 좋으려나?
붕괴라도 하면 끝장이지만!
브래들리
... 헤에.
지하나 동굴 말이지.
현자
브래들리, 무슨 일인가요?
브래들리
아무것도 아냐.
오히려 무슨 일이 있는 건 네 녀석이잖아.
이런 맛있어 보이는 와인을 안 먹다니.
자, 너도 한 잔 마시고 가.
기분을 돋우란 말이야.
현자
네!?
아니, 저는 술은 좀...!
ㅡ
현자
(으음, 꽤 늦게까지 바에 있었더니 잠이 안 오네.
조금 밤바람이라도 씌어볼까...)
브래들리
......
현자
아... 브래들리네.
이 시간에 어딜 가는 걸까.
이 밤의 일은 은밀히 2화
현자
... 어라?
말을 걸어보려고 했는데 어디로...
브래들리
여어, 현자.
현자
으읍...!?
주위를 두리번거리던 중,
어느샌가 등 뒤로 다가온 브래들리에게 입을 막혔다.
현자
읍! 으읍으으...!
브래들리
시끄러워! 떠들지 마.
다른 놈들한테 들키면 귀찮다고.
현자
(말을 건 건 브래들리면서...!)
브래들리
그렇지.
어이 현자.
현자
부핫...!
뭐, 뭔가요?
브래들리
너 지금 한가하지?
현자
엣.
브래들리
한가하고 한가해서,
팍 멀리 나가버리고 싶은 기분이다.
그렇지?
현자
아뇨, 별로... 읏.
... 저기,
기분 탓이 아니면 제 등에 총이나 뭔가를 들이대지 않았나요...?
브래들리
글쎄다.
어이, 빨리 걸어.
한가한 시간을 주체할 수 없는 너를
내가 한숨 돌리러 데려가 줄 테니.
감사해라.
현자
히익...
그렇게 나는 반강제로 엘리베이터에 타게 됐고,
그와 함께 북쪽 나라로 넘어왔다.
현자
여기는 시간의 동굴인가요...?
브래들리
보면 알잖아.
남의 눈을 피해 빠져나가는 건 여전히 기분이 좋구만.
현자
마음대로 엘리베이터를 썼는데,
나중에 스노우나 화이트에게 혼나지는 않을까요?
브래들리
알까 보냐.
영감들한테 혼날까 봐 틀어박혀 있다니, 내 신조에 어긋난다.
자, 얼른 가자고.
현자
......
브래들리
......
현자
... 저기, 브래들리.
여기 무슨 용건이라도 있나요?
브래들리
용건이 있어야만 일일이 이런 데 올 수 있는 건 아니잖아.
현자
그, 그건 그렇지만...
적어도 설명이라도 좀 더 해줬으면 좋겠어서...
브래들리
딱히 위험한 일을 하러 온 건 아냐.
내 목표는 술이다.
현자
술?
브래들리
아주 옛날에, 이 동굴을 아지트로 만들려고 했던 적이 있다고 얘기했잖아.
그때 고급술 몇 개를 저장해놨지.
오늘 서쪽 놈들이 손에 쥔 것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그런대로 괜찮은 시간은 지났을 거야.
그가 두고 가지 않도록 빠른 걸음으로 뒤를 따라갔다.
그러고 한참을 걷다가, 이윽고 뻥 뚫린 공간에 당도했다.
브래들리
<아도노포텐스무>
현자
앗...!
브래들리가 주문을 외우자,
사람이 몸을 숙여 들어갈 정도의 동굴이 벽면에 나타났다.
이 밤의 일은 은밀히 3화
현자
이 동굴은...?
브래들리
저장고다.
근처 놈들에게 식량이나 술을 뺏기지 않도록 마법으로 숨겨놓은 거야.
분명, 이 중에 아직...
... 아, 수호 마법을 걸었는데도 무사한 건 이놈뿐인가.
암벽이 무너지고 있어.
안에서 붕괴가 있었던 것 갔군.
브래들리 옆에서 저장고를 들여다보니,
바위와 기왓장이 깨진 술병과 함께 어지럽게 흩어져 있었다.
현자
정말이네...
다른 술병은 다 깨져버렸어요.
브래들리
뭐 됐어.
한 개만 남아도 남은 거지.
현자
그 술 마셔도 괜찮나요?
만약에 이상해지기라도 했으면 배탈이 나진 않을지...
브래들리
그런 어설픈 몸이 아니야.
그리고 만약의 일이 있어도 그때는 그때다.
좋은 술을 먹고 죽을 수 있다면 더 바랄 나위 없잖아.
스릴도 있고.
브래들리는 주저 없이 잘라 말하며,
와인처럼 깊고 선명한 색의 눈동자를 이쪽으로 돌렸다.
브래들리
자, 오늘 밤은 너도 공범이니까 어울려.
브래들리가 손가락을 튕기자, 공중에 유리잔 두 개가 나타났다.
브래들리
네 녀석의 알코올은 마법으로 빼줄게.
현자
감사합니다.
와, 생각보다 예쁜 색이네요...
브래들리
색깔에 눈독을 들이다니, 좋은 센스 구만.
이 녀석은 희귀품종의 흑포도로 만들어져서,
웬만한 와인보다 색깔도 맛도 진하게 만들어졌어.
그럼, 맛은...
완만하게 잔을 흔들면서 와인을 즐기는 브래들리를 흉내 내며,
나도 살짝 입을 대보았다.
현자
떠, 떫다...!
꽤나 어른의 맛이네요...
브래들리
이 떫은맛이 좋아.
애들은 아직 모르겠지만.
브래들리는 포도주를 한 모금 더 마시고는,
잔을 허공에 띄우고 동굴 바닥에 드러누웠다.
명상하듯이 눈을 내리깔면서,
젖은 입술을 움직인다.
브래들리
모처럼 여기까지 왔잖아.
잠시 푹 쉬다 가자고.
이 동굴은 천장 틈새로 보이는 하늘도 남다르거든.
운이 좋으면 오로라도 볼 수 있어.
조금 있으면 하늘도 밝아져.
북쪽 나라에서 맞이하는 아침도 좋다고.
브래들리는 그렇게 말하고 다시 눈을 감았다.
브래들리
......
현자
(이렇게 편한 모습의 브래들리는 볼 수 있는 건,
보기 드물지도 모르겠네)
수백 년 분의 쓴맛에 얼굴을 찌푸리다가 와인을 삼켰다.
천장 틈새로 비치기 시작한 새벽빛은 우리를 조용히 비추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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