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호파/동

[초승달 지는 밤의 정적에] 파우스트 SSR

닉네임칸 2021. 10. 17. 02:12

밤의 정적을 비추는 건 1화

 

 

 파우스트

 

현자, 잠깐 괜찮은가?

 

 

 현자

 

파우스트? 무슨 일인가요?

 

 

 파우스트

 

쉬는 날에 미안하군.

이걸 주고 싶었을 뿐이다만...

 

 

파우스트가 내민 건, 반짝반짝 빛나는 보석

 

성로의 보석이라고 불리는,

가지고 있으면 행운이 조금 올라간다는 신기한 돌이었다.

 

 

 현자

 

(파우스트의 고향 근처에 있는 동굴에서만 나는 돌...

전에 다 같이 캐러 갔던 거네)

 

 

 파우스트

 

전에 내가 현자의 마법사들에게

이 돌로 부적을 만드는 방법을 가르친다고 말했었지.

 

오늘은 그 수업 날이라...

이건 내가 견본으로 만든 거다.

돌을 가공해서 수호를 걸어 놨지.

 

 

 현자

 

감사합니다, 파우스트.

너무 좋아요.

 

 

 파우스트

 

별로...

그때 네 부적을 만든다고 했던 건 나니까.

 

 

두 손으로 받아 들자,

별처럼 반짝반짝 빛나는 돌이 손에서 구른다.

 

 

 현자

 

(너무 예쁘다...

언제까지나 바라보고 싶을 정도야)

 

 

 파우스트

 

꽤나 열심히 바라보고 있군.

마음에 드나?

 

 

 현자

 

무척이요!

부적, 잘 간직할게요.

 

 

 파우스트

 

그런가.

 

 

 현자

 

그런데 저만 이런 멋진 걸 받고 가만히 있는 건...

 

답례도 뭔가 제가 파우스트를 위해 할 수 있는 건 없을까요?

 

 

 파우스트

 

네가, 나에게?

 

 

 현자

 

네.

수업 도우미라든지, 파우스트가 해줬으면 하는 거라든가,

뭐든 좋아요.

 

 

 파우스트

 

......

 

... 그럼, 내 소원을 들어줄 수 있겠나?

 

 

 현자

 

그럼요! 뭔가요?

 

(파우스트가 소원을 말하다니 웬일이지.

이건 꼭 이루어 줘야만 해...!)

 

 

 파우스트

 

요즘, 너는 계속 바쁘게 지냈었지.

계속 임무가 있었다고 들었다.

 

오늘은 느긋하게 몸과 마음을 쉬도록 할 것.

알겠나?

 

 

 현자

 

네, 알겠습니다!

 

 

내가 기운차게 머리를 끄덕이자, 파우스트는 방을 나갔다.

 

 

 현자

 

(파우스트 말대로 오늘은 푹 쉬자)

 

... 응?


밤의 정적을 비추는 건 2화

 

 

 현자

 

파우스트에게 답례를 하고 싶었는데,

오히려 위로받아 버렸어...

 

(다시 한번 하고 싶은 걸 물어볼까?

하지만 그러면 반대로 신경 쓰이게 만드려나)

 

으음...

 

 

 레녹스

 

현자님, 무슨 일이신가요?

뭔가 고민이 있는 것 같은 얼굴을 하고 있으셔서,

그만 따라와 버렸습니다만...

 

 

 현자

 

레녹스!

 

(그렇지. 레녹스는 파우스트와 오래 알고 지냈으니,

상의해보는 것도 괜찮을지도)

 

실은...

 

 

 레녹스

 

그렇군요.

파우스트 님께 감사를...

 

 

 현자

 

너무 예쁜 부적을 받아서, 뭔가 보답하고 싶어서요.

 

 

 레녹스

 

... 현자님이 받으신 부적이 이건가요?

 

 

라고 말하며 레녹스가 품에서 꺼낸 건 성로의 보석이었다.

가공된 모양이 내가 받은 것과 많이 비슷했다.

 

 

 레녹스

 

오늘은 각국 합동 수업이었어요.

저희 남쪽의 마법사도 파우스트 님이 부적 만드는 법을 가르쳐 주셨거든요.

 

 

 현자

 

그랬군요.

뭔가 모두 다 같이 세트인 것 같아서 좋네요.

 

 

레녹스의 손 위에서 빛나는 부적 옆에

나는 받은 부적을 나란히 두고 보았다.

 

 

 레녹스

 

현자님이 가지고 계신 게

제가 만든 것보다 더 빛나는 것 같아요.

 

분명 파우스트 님이 정성껏 가호를 걸었기 때문이 아닐까요?

현자님의 몸과 마음을 지킬 수 있도록.

 

 

 현자

 

나를 지킬 수 있게...

 

그럼 더더욱 파우스트에게 뭔가 답례를 하고 싶어요.

 

그런데 제가 푹 쉬는 게 돕는 거라고 하셔서...

 

 

 레녹스

 

마음은 알겠지만,

너무 기죽지 않으셔도 될 것 같아요.

 

파우스트 님에게 있어서,

당신이 건강했으면 하는 것이 소원이기는 하

 

 

 파우스트

 

어이.

너네 계속 내 방 앞에서 뭘 맘대로 말하는 거야.

 

 

 현자

 

에?

 

 

 레녹스

 

안녕하세요, 파우스트 님.

 

 

자세히 보니, 여기는 파우스트의 방 바로 앞이었다.

고민하면서 서성이는 바람에 알아차리지 못하였다.

 

 

 현자

 

(큰일이야. 본인에게 그대로 말해버렸어...)

 

 

 레녹스

 

들으신 대로입니다.

현자님은 당신에게 답례를 하고 싶으시대요.

 

 

 파우스트

 

......

 

모처럼의 휴일이니까,

쓸데없는 생각 하지 말고 느긋하게 지내면 좋을 것을.


밤의 정적을 비추는 건 3화

 

 

 현자

 

쓸데없는 게 아니에요.

파우스트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어요.

 

분명 파우스트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전 이 부적을 받은 걸 기쁘게 생각하고 있으니까요.

 

(라고 본인에게 직접 전하는 것도, 뭔가 이상한 것 같지만...)

 

 

 파우스트

 

......

 

... 그럼, 오늘 밤 잠깐 나랑 어울려줘.

 

 

 현자

 

엇.

가, 감사를 드려도 되나요?

 

 

 파우스트

 

스스로 그렇게 말했으면서, 뭘 놀라고 있는 거야.

그렇게 말하고 있잖아.

 

 

 레녹스

 

다행이네요, 현자님.

 

 

 현자

 

레녹스 덕분이에요.

상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파우스트

 

뭐가 다행이라는 거야...

 

 

그날 밤, 파우스트는 나를 데리고 숲으로 갔다.

 

 

 현자

 

(숲에서 뭘 하려는 걸까...? 주술 도우미 같은 거...?)

 

 

 파우스트

 

이쯤이 좋겠군.

 

<사티르크나트 무르크리드>

 

 

파우스트가 주문을 외우자,

눈앞에 모닥불과 테이블이 나타났다.

 

 

 파우스트

 

거기 앉아.

내 저녁 반주에 어울려 주겠지?

 

 

 현자

 

저녁 반주요?

 

 

테이블 위에는 가볍게 구운 베이컨,

오일에 절인 올리브,

향기로운 초콜릿...

 

그리고 둥글게 썬 오렌지가 들어있는 와인 같은 음료가 있었다.

 

 

 파우스트

 

그건 너도 마실 수 있는 음료다.

꿀을 넣은 것 같아.

 

 

 현자

 

... 감사합니다.

이렇게나 다양하게 준비해 주셨네요.

 

 

 파우스트

 

전부 샤일록이 준 거니까, 감사라면 그에게 해 줘.

 

현자와 저녁 반주를 한다고 했더니,

알아서 이것저것 서비스해주더군.

 

 

 현자

 

(내가 마실 음료,

샤일록에게 부탁해서 일부러 준비해준 건가...)

 

 파우스트

 

... 왜 웃고 있는 거야.

 

 

 현자

 

아뇨, 아니에요.

 

 

 파우스트

 

... 뭐, 됐어.

자, 먹자.

 

 

건네받은 잔을 마주하며, 꿀이 들어간 와인을 입에 넣었다.

그리고는 다시 주위를 살핀다.

 

 

 현자

 

숲 속에서 불 곁에...

마치 파우스트의 마나 에리어 같네요.

 

 

 파우스트

 

내 마나 에리어는,

누군가 정성스럽게 손질한 것 같은 이런 따뜻한 숲이 아니야.

 

... 더 깊고 어두운, 고요한 숲 속이어야 해.

 

 

그렇게 말하면서도 파우스트의 입은 희미하게 웃고 있어서,

평소보다 약간은 풀어져 보였다.

 

그에게서 받은 부적을 눈앞에 있는 불꽃에 비추어 봤다.

그러자 부적은 불빛을 흡수한 듯, 한층 빛나는 듯했다.

 

 

 현자

 

파우스트, 부적 정말 기뻤어요.

소중히 간직할게요.

 

그리고 오늘은...

제 휴일에 함께 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파우스트

 

... 천만에

 

 

모자를 집어 그 얼굴을 가리며, 퉁명스럽게 파우스트가 받아친다.

 

눈앞의 불길이 따뜻하다.

깊은 어둠을 어루만지는, 지키는 듯,

그런 불빛을 에워싸며 고요한 밤은 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