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 번역/친애스토리

화이트 친애스 1~10화 수정 21.12.05

닉네임칸 2020. 9. 7. 00:48

구한 대가 1화

 

 

 현자

 

언제 원래 세계로 돌아가도 모두가 즐거운 생활을 계속할 수 있도록

현자의 서에 모두에 대해 적어두자.

 

잘하는 것이나, 못 하는 것, 하고 싶은 일이라던가...

 

 

 스노우, 화이트

 

꺅꺅!

 

 

 현자

 

스노우, 화이트...

안뜰에서 뭘 하고 있나요?

 

 

 화이트

 

오오, 현자여.

오늘 저녁의 가든파티 준비란다.

 

 

 스노우

 

오늘 밤은 보름달이라고

무르가 떠들고 다녀서 말이다.

하늘도 밝을 거니, 밤하늘 아래에서의 다과회라네!

 

 

 현자

 

재밌을 거 같네요!

이 캔들은 어떻게 하나요?

 

 

 화이트

 

길거리에 장식할 거야!

남쪽의 형제랑 리케랑 클로에가 만드는 걸 도와줬지.

 

 

 스노우

 

맛있는 음식은 네로와 동쪽의 마법사들이 함께 만들어줬단다!

 

 

 현자

 

파우스트와 다른 사람들이요?

네로는 그렇다 치고, 다른 사람들은 싫어하지 않았나요?

 

 

 화이트

 

싫어해도 말이지~

 

 

 스노우

 

우리에게는 거역할 수 없는걸~

 

 

 현자

 

확실히

다들 두 사람이 하는 말은 순순히 따르죠?

예를 들면...


1. 미스라도...

 

 현자

 

미스라도...

 

 

 화이트

 

미스라는 엄청 투덜거리지만!

마나석이나 주술에 쓰이는 희귀한 뼈 같은 거로 낚으면

말하는 걸 들어주니까!

 

그리고 끈질기게 미스라 주위를 맴도는 거지!

 

 

 현자

 

(미스라, 귀찮아서 시키는 대로 할 거 같아...)


2. 오웬도...

 

 현자

 

오웬도...

 

 

 화이트

 

오웬은 자존심이 강하거든!

그곳을 자극해주면, 찰칵(울컥..?)하고 감쪽같이 우리에게 유도된단다!

 

 

 현자

 

예를 들어 어떤 식인가요?

 

 

 화이트

 

에...? 오웬쨩 혹시 무서웠어? 이거 잘 못하는 거?

뭐, 괜찮아 괜찮아! 신경 쓰지마!

 

 

 현자

 

(오웬, 열 받을 거야...)


3. 브래들리도...

 

 현자

 

브래들리도...

 

 

 화이트

 

브래들리는 단순하거든!

음식으로 유혹하거나, 엄청 칭찬하면 비교적 금방 협조한단다!

 

애초에 죄수니까, 그 녀석은 거스를 수 없지!

 

 

 현자

 

(브래들리도 노인에게는 약하다고 했었지...)


 화이트

 

자, 이제 해가 지기를 기다리기만 하면 된단다!

갑자기 한가해져 버렸어.

 

 

 스노우

 

현자여, 현자의 서를 가지고

또 마법사들에 대해서 여러 가지 묻고 있는 건가?


구한 대가 2화

 

 

 현자

 

네.

스노우는 얼마 전에 물어봤었죠.

 

 

 화이트

 

그럼, 이번에는 내가 대답해주마!

현자여, 내 방으로 가자꾸나.

스노우는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

 

 

 스노우

 

어째서?

같이 가도 되는데

 

 

 화이트

 

그대 앞에서는 대답하기 어려운 것도 있지.

 

 

 스노우

 

대충 예상이 되니깐, 신경 안 써도 되는데.

 

 

 화이트

 

대충 예상이 되겠지만, 나는 신경 쓸 거니까.

자, 가자꾸나, 현자여.

 

 

 현자

 

괘, 괜찮나요?

 

 

 화이트

 

호호호.

좋아 좋아, 현자를 독점하는 게야!

 

 

 현자

 

실례합니다...

스노우와 화이트는 같은 방에서 지내고 계시는군요.

 

 

 화이트

 

쌍둥이니까.

지금까지 계속 같은 집에서, 같은 방이란다.

 


1. 멋진 저울이네요.

 

 현자

 

멋진 저울이네요.

 

 

 화이트

 

그치그치.

비스킷이나 카누레를 달아서 같은 무게로 만든 후,

스노우랑 먹는단다.

 

 

 현자

 

헤에, 재밌어요!

 

 

 화이트

 

우리는 똑같은 걸 정말 좋아하니까!


2. 책이 많네요

 

 현자

 

책이 많네요.

 

 

 화이트

 

책은 그렇게 많이 읽지는 않지만, 재밌는 마법서는 좋아한단다.

 

 

 현자

 

재밌는 마법서?

 

 

 화이트

 

열면 책 세상으로 빨려 들어가거나,

작자의 영혼이 옮겨가 버리거나 하는 거란다.

 

 

 현자

 

네!?

그런게 있나요!?

 

 

 화이트

 

그럼, 그럼.

마력이 약한 자들은, 안이하게 마법서를 열지 않는 편이 좋지.


 현자

 

그건 그렇고,

계속 같은 방이라니 스노우와 화이트는 사이가 좋네요.

싸움 같은 건 안 하나요?

 

 

 화이트

 

하지하지.

크게 싸운 적이 있단다.

 

 

 현자

 

어떤 일로...

...아...

 

 

 화이트

 

그 반응...

그러고보니, 스노우한테서 내가 죽었을 때의 이야기를 들었지?

 

 

 현자

 

네...

 

 

 화이트

 

호호호.

틀림없이 겸연쩍은 얼굴을 하고 있었겠지.

뭐 됐어, 지나간 일이니까.

 

그러면, 현자여.

그대의 질문을 들어볼까.


구한 대가 3화

 

 현자

 

감사합니다.

그러니까, 북쪽 나라에서 태어났고, 수천년동안 살았다.

라는 이야기는 스노우로부터 들었으니...

 

좋아하는 건 뭔가요?

 

 

 화이트

 

밤이랑 애들이랑 농담하는 걸 좋아한단다.

그대도 좋아하지.

밤과 아이와 농담이 많으니까.

 

 

 현자

 

그, 그런가요?

 

 

 화이트

 

그럼 그럼.

스노우도 그렇게 말했었지.

 

 

 현자

 

싫어하는 거나, 꺼리는 건?

되도록이면 시키지 않도록 조심하고 싶다고 생각해서요...

 

 

 화이트

 

그렇게 해주면 고맙겠구나.

내가 싫어하는 것은 사별이다.

 

꺼리는 것은 쓴 거란다.

커피나 떫은 차, 약은 피하고 싶지.

 

 

 현자

 

술은 어떤가요?

 

 

 화이트

 

달콤한 술이라면 마실 수 있어.

하지만 바로 졸음이 오지.

 

 

 현자

 

귀여워! 의외네요!

 

 

 화이트

 

마법사는 술꾼이 많으니까.

샤일록은 물론이고, 오즈도, 피가로도, 파우스트도 즐겨 마시지

 

북쪽의 마법사들도 전원 마실 수 있어.

무르도, 라스티카도, 네로도.

레노의 이야기로는, 루틸은 술을 많이 마시는 것 같아.

 

 

 현자

 

술판을 하면 재밌을 것 같네요!

젊은 사람들도 많고,

물론 전원이 모이기는 어려울지도 모르지만...

 

 

 화이트

 

호호호. 그때는 주연은 다른 사람에게 맡기고

나는 아이들과 과자를 먹어야겠구나.

모두 함께 자리에 모이는 게 중요하니까!

 

 

 현자

 

그렇네요! 또 하나, 중요한 것을 여쭙고 싶습니다만

절대로 하고 싶지 않은 일은 뭔가요?

 

 

 화이트

 

......

 

 

 현자

 

우리는 동료니까요.

화이트가 싫어하는 일을 시키고 싶지 않고,

화이트가 원하지 않는 미래는 피하고 싶어요.

 

뭔가 희망하는 게 있으면 가르쳐 주시겠어요?

 

 

 화이트

 

엉망진창 뒤죽박죽으로 개인적인 것이라도 괜찮을까?

 

 

 현자

 

물론이에요!

 

 

 화이트

 

......

아냐, 역시 그만 두자.

엄청 개인적인 거니까.

 

 

 현자

 

사양하지 말아주세요.

 

 

 화이트

 

됐어.

이런 것은 살아 있는 사람들을 우선시 해야한단다.

 

 

 현자

 

아...


구한 대가 4화

 

 

어깨를 으쓱거리며 화이트가 웃었다.

 

방을 붉게 물들이는 해질녘의 빛이, 화이트의 머리를 어렴풋이 비치고 있었다.

 

그의 윤곽이

희미하게 투명하게 감돌고 있다.

 

그는 이제 이 세상 사람이 아닌 것이다.

 


1. 그래도 듣고 싶어요.

 

 현자

 

그래도, 듣고 싶어요.

 

 

눈을 가늘게 뜨며 화이트는 미소지었다.

 

 

 화이트

 

착한 아이구나.

그 마음으로도 충분하단다.

고맙구나, 현자여.


2. 살아계실 때의 소망은 뭐였나요?

 

 현자

 

살아계실 때의 소망은 뭐였나요?

 

 

먼 기억을 더듬듯, 화이트는 눈길을 돌렸다.

 

 

 화이트

 

뭐랄까...

희망을 품지도 않을 만큼 현상에 만족하고 있었던 것 같구나.

 

그래서, 잃어버렸을 때, 실의가 깊었는지도 모르겠어...


창밖의 노을을 바라보며, 화이트는 미소지었다.

 

 

 화이트

 

아름다운 저녁노을이구나...

현자여, 나와 밀회라도 하겠느냐.

 

 

 현자

 

밀회?

 

 

 화이트

 

하늘을 날아서, 밤을 데리러 가는 거란다.

 

 

화이트는 일어나며, 내 손을 잡았다.

 

손을 잡고 일어서자, 어느덧, 화이트는 청년의 모습이 되어 있었다.

 

새치름한 얼굴로, 어디선가 하늘을 나는 빗자루를 꺼낸다.

 

 

 화이트

 

그럼 갈까. 현자여.

 

 

화이트의 빗자루 뒤에 타고, 우리는 노을이 지는 하늘을 날았다.

 

해질녘 바람은 기분좋고 시원하다.

매끄러운 주황색으로 물들어 가는 세상에, 감동마저 느껴졌다.

 

 

 현자

 

예쁘네요...

 

 

 화이트

 

예쁘구나.

아무리 재미없는 일이 있는 날이라도,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세계는 아름답단다.

 

그래서, 아무리 미워도 몇 번이나 좋아하게 되지.

 

 

나는 뒤에서 화이트를 들여다보았다. 어떤 얼굴을 하고 있는지 궁금해서.

 

화이트가 말하고 있는 것은 스노우의 이야기인 것 같다.

스노우한테 들은 화이트의 사인을 떠올렸다.

 

화이트는 스노우에게 죽임당했다.


구한 대가 5화

 

 

문득, 화이트는 나를 돌아보며, 즐거운 듯이 웃었다.

 

하늘을 나는 속도가 빨라진다.

 

 

 화이트

 

유령과 밀회라네! 신나는군!

 

 

 현자

 

...읏, 빠, 빨라요....

 

 

 화이트

 

무서울 게 뭐 있느냐.

봐라, 주홍빛 구름도, 바람도,

그다지, 갈기갈기 찢어져 내리는 눈은 아닐테지.

 

나는 그 정도의 것이란다.

 

 

갑자기 화이트의 목소리가 흐려졌다.

 

고개를 숙여버린 화이트를 걱정하며, 나는 살며시 이름을 불렀다.

 

 

 현자

 

화이트...?

 

 

 화이트

 

왜 죽어 버린 걸까.

그렇게까지 해서 갖고 싶은 것이었을까.

스노우와 함께 있는 시간은...

 

나의 영혼은 스노우와 연결되어 있다.

스노우가 나를 원하지 않게 되면,

나를 이 세상에, 묶어놓는 실은 갈기갈기 찢어져 버리지.

 

 

눈이 부신 듯 눈을 가늘게 뜨고, 화이트는 희미하게 자조하듯 웃었다.

 

그 표정은 어쩐지 평소보다 젊고, 선명했다.

 

 

 화이트

 

스노우의 변심 하나로, 나는 소멸한다.

이 얼마나 값싼 존재인가.

구름조차도 자유롭게 떠 있는데.

 

 

 현자

 

 화이트...

 

 

 화이트

 

...돌아가지...

 

 

쓸쓸하고 작은 목소리로, 화이트는 중얼거렸다.

 

 

 화이트

 

...가든파티도 쉬자...

그대는 신경 쓰지 않아도 돼...

석양 탓이란다. 눈이 따끔따끔하구나.

 

...스노우에게는 알리지 않아도 돼...

말 하지 말아줘...

 

 

슬픈 듯 한 목소리에 가슴이 죄인다.

하지만, 슬픔의 이유도 모르는 나는, 아무 말도 못 했다.

 

그냥, 꼬옥, 그의 옷을 잡고 있는 것 밖에는 할 수 없었다.


구한 대가 6화

 

 

마법사로 돌아오자마자, 화이트는 방에 틀어박혀 버렸다.

 

 

 현자

 

(어쩌지... 내가 이상한 말을 했나?

스노우에게 상담을... 하지만...)

 

 

 피가로

 

무슨 일이야? 현자님.

 

 

 현자

 

피가로...

 

 

 피가로

 

곧 가든파티지?

나, 악기라도 연주해버릴까...

앗...

 

 

피가로의 말을 가로막고, 나는 그의 팔을 잡았다.

 

 

 현자

 

피가로, 화이트랑 친했죠.

부탁이 있어요.

 

 

 피가로

 

부탁...?

 

 

 피가로

 

화이트님이 낙담하고 있다고...?

 

 

 현자

 

네...

스노우에게는 알리지 말라고 해서...

피가로가 물어봐 주면 안되나요?

 

 

 피가로

 

무리무리.

침울한 화이트님 같은 건, 나도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몰라.

 

아마, 스노우님 일이겠지.

무슨 얘기를 하다가 침울해진거야?

 

 

 현자

 

스노우가 마음을 바꾸면

자신은 이 세상에는 더 이상 있을 수 없다고...

 

 

 피가로

 

아아...

그렇지만 뭐, 어쩔 수 없겠지.

자기들끼리 서로 죽여버렸으니까

 

 

 현자

 

그런 날씨 이야기처럼...

 

 

 피가로

 

지난 일을 후회해도 소용없다는 거야.

말해두지만, 나도 충격이었다고.

오즈도 낙담했었어.

 

영원한 사랑따윈 믿지않았지만

그들의 비참한 말로 때문에,

더욱더 영원한 사랑을 믿지 못하게 됐다구.

 

천지가 뒤집혀도

그들은 쭉, 함께일거라 생각했어.

더 이상 뭔가에 실망하고 싶지 않아.

 

 

갑자기 문이 열렸다.

 

퍼뜩 고개를 들었더니, 어두운 얼굴을 한 화이트가 서 있었다.

 

 

 화이트

 

...두사람 다 방에 들어오거라.

 

 

 현자

 

화이트...

그래도 괜찮나요...?

 

 

 피가로

 

저는 사양하겠습니다.

스노우님과 화이트님 사이에 끼는 일 따위는, 하고싶지않아...

 

 

 화이트

 

<노스콤니아>

 

 

 현자, 피가로

 

앗...

 

 

우리는 마법의 힘에 의해, 강제로 화이트의 방으로 끌려갔다.


구한 대가 7화

 

 

 현자

 

노, 놀랐어...

 

 

 피가로

 

아야야야...

정말,, 뭐예요? 화이트님

 

 

우리를 방에 데리고 들어간 화이트는

쿠션을 끌어안으면서 심각한 듯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화이트

 

실은...

계속 고민하던 것이 있단다.

 

 

 현자

 

고민하던 것?

 

 

화이트는 작게 끄덕였다.

귀찮아하던 피가로도 몸을 바로하고 이야기를 들을 자세가 되었다.

 

 

 피가로

 

고민이라니, 어떤 고민인가요?

 

 

 화이트

 

나는...

정말로 나인걸까?

 

 

 피가로

 

...잠깐,

주제가 너무 심오하지않아요?

 

 

화이트는 피가로를 노려보고,

쿠션을 부둥켜안으면서 몸을 내밀었다.

 

 

 화이트

 

장난치지 말거라.

나는 화이트의 유령인걸까?

스노우가 만들어낸 환영이 아닐까?

 

 

 나와 피가로는 서로는 마주 보았다.

 

 

 화이트

 

스노우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다면

화이트와 꼭 닮은 사념체를, 이 세상에 만들어 낼 수도 있겠지.

 

지금 생각하고 있는 것은,

정말로 나인걸까...?

단지 스노우의 분신인 건 아닐까?

 

 

 피가로

 

갑자기 무슨 말을 하는 거예요?

 

 

 화이트

 

현자한테서 듣고 생각했단다.

내가 하고 싶지 않은 일은 무엇인가,

내가 원하지 않는 것은 무엇인가...

 

 

화이트의 숨이 희미하게 떨려왔다.

 

그의 눈꺼풀이 빨갛게 물들며 애달프게 젖어든다.

주르르 눈물이 흘러내렸다.

 

깜짝 놀라 나는 숨을 삼켰다.

나뿐만 아니라 피가로도 동요하고 있다.

 

 

 피가로

 

저기, 화이트님...

 

 

 화이트

 

내가 원하지 않는 것은,

스노우와 떨어져 있는 것이란다.

 

스노우와 함께라면

언제 돌이 되어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스노우는 다른 걸 원했지.

 

고독을 알고 싶다며, 평생을 함께 한 나를 내버려 두고 가버리려 했다네.

그래서 이 손으로 스노우를 죽이려 한 거야.

 

 

 피가로

 

...하지만, 도리어 당했고, 당신이 죽었잖아요.

 

즉, 알기 쉽게 말하면, 사이좋은 쌍둥이지만

서로 죽이는 쌍둥이가 되어

최종적으로는 한쪽이 귀신인 쌍둥이가 된 셈이죠.


구한 대가 8화

 

 

 피가로

 

즉, 알기 쉽게 말하면, 사이좋은 쌍둥이지만

서로 죽이는 쌍둥이가 되어

최종적으로는 한쪽이 귀신인 쌍둥이가 된 셈이죠.

 

 

화이트는 속상한 듯 눈을 감았다.

굵은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린다.

 

나는 초조해져 피가로의 소매를 잡아당겼다.

 

 

 현자

 

잠깐, 지나치잖아요.

 

 

 피가로

 

그치만...

 

 

화이트가 말한 진실은

내가 스노우에게서 들은 이야기와 같았다.

 

떨어져 살고자 했던 스노우에게 격분해서 화이트는 스노우를 죽이려 했다.

하지만, 다툼 끝에 죽은 건 화이트 쪽이었다.

 

그러다 화이트가 죽고 나자, 스노우는 그보다 소중한 것은 없다고 후회하며

그의 영혼을 이어준 것이라고.

 

 

 화이트

 

가장 바라지 않는 일이 일어났다...

가장 일어나면 안 될 일이 일어난 거라네.

내가 스노우를 용서할 리가 없어.

 

스노우를 용서하고, 함께 있는 나는 가짜인 게야.

내가 화이트의 영혼이 될 수 있겠느냐.

...읏, 스노우를 저주하고 죽여야 하는게 아니냐!

 

 

 피가로

 

화이트님, 진정하시고...

 

 

 화이트

 

...읏, 침착한걸!!

 

 

 현자

 

우, 울지 말아주세요...

제가 잘못했어요...

배려 없는 질문을 해버렸어요.

 

 

 화이트

 

현자여, 그대는 나쁘지 않아...

사실은 알고 있단다.

...스노우도 나쁘지 않아...

 

 

화이트는 눈물을 훔치며, 나에게 팔을 뻗어 매달렸다.

 

화이트의 몸은 체온이 없다.

 

그래도 울고 있는 길 잃은 아이를, 꼭 껴안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화이트

 

우리는 쌍둥이라네.

거울에 비친 것처럼, 마음 역시 같지.

 

"고독을 모른 채 죽는다는 것에 의문을 갖지는 않는가"라고

그 남자가 질문했을때, 스노우는 고독에 사로잡혀 버렸다.

 

그러나, 만약 질문을 받은 사람이 나였다면

내가 고독에 사로잡혔겠지.

 

나에게 집착하고, 나를 죽이려고 한 것은 스노우였을 것이다...

그 뿐이다. 알고 있어.

 

그러나, 알고 있어도

우리들의 이별을 생각하면 눈물이 흘러내린다네.


구한 대가 9화

 

 

화이트

 

스노우와 보낸 나날은 아름다웠다.

서로가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했어.

다른 마법사처럼 고독을 느끼지도 않았다.

 

동시에... 좀 더 예쁜, 이야기같은 이별이 가능할거라고 생각했는데...

 

 

화이트는 훌쩍거리며 울었고, 내 가슴팍을 적셨다.

 

한숨을 쉬면서 피가로는 쓴웃음을 지었다.

 

 

 피가로

 

정이라는 게 다 그런 거죠.

아름답고, 추해요.

 

 

 화이트

 

아는 체 하고 말이야...

아직 진짜 정도 모르면서...

 

 

 피가로

 

그래서 부러워하는 거죠.

뭐 어떻습니까.

격하고, 사랑스러운, 꽉 막힌 이야기로요.

 

처음부터 끝까지, 사이 좋은 쌍둥이의 이야기보다 읽을만 하죠.

 

 

툭툭 하고 피가로가 화이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화이트는 입술을 꼭 다물고 눈물을 참으며 나를 봤다.

 

 

 화이트

 

그대도 그렇게 생각하는가...?

 

 

나는 웃으며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현자

 

생각해요.

다들 의견이 엇갈리는 법이에요.

스노우와 화이트는 그것이 우연히...

 

 

 피가로

 

인생의 끝에 와서 남들보다 과격했을 뿐.

 

 

 현자

 

멋진 두 분이세요.

스노우는 화이트를 정말 좋아하고, 화이트도 스노우를 정말로 좋아하겠죠?

 

 

 화이트

 

정말 좋아한단다.


구한 대가 10화

 

 

화이트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다시 나에게 같은 질문을 한다.

 

 

 화이트

 

현자여, 그대는 내가 진짜 화이트라고 생각하는가?


1. 진짜인 것 같아요.

 

 현자

 

진짜인 것 같아요.

 

당신은 환상 따위가 아니예요.

분명, 진짜 화이트니까 여러가지 고민을 하는 거예요.


2. 그건 모르겠어요...

 

 현자

 

그건 모르겠어요...

마법의 힘이 어떤 것인지도, 저는 전부 알지 못 해요...

 

그런데, 이렇게 얘기하는 게,

화이트의 유령이든 스노우가 무의식적으로 만든 환상이든...

 

저는 당신을 좋아해요.


 화이트

 

그런가...

 

 

화이트는 안도한 듯 미소지었다.

 

그때 노크 소리가 들렸다.

 

 

 스노우

 

현자, 화이트!

달이 떴다! 예쁜 보름달이라네!

 

 

스노우의 목소리였다.

 

화이트가 살며시, 나에게 귓속말을 한다.

 

 

 화이트

 

...우리는 쌍둥이야.

스노우는 내가 울었다는 걸 알고 있어.

그러니까 문을 열지 않는 게야.

 

 

토라진 듯한 목소리에, 나는 스노우를 따라 가려다가, 화이트를 돌아봤다.

 

하지만, 화이트는 웃고 있었다.

애정어린 눈빛으로 어쩔 수 없군, 하는 식으로.

 

그런 그가 나는 무척이나 좋아한다고 생각했다.

 

 

 스노우

 

어서, 어서, 뭘 하는 게냐.

가든 파티를 시작하자꾸나!

맛있는 음식도 잔뜩이라네!

 

 

 화이트

 

곧 갈게, 기다려!

 

 

눈물을 닦고 웃으면서

화이트는 몸가짐을 단정히 한다.

 

 

 스노우

 

기대 되지?

 

 

 화이트

 

기대 되는구나!

 

 

나와 피가로는 서로를 마주보며 웃었다.

 

만면에 미소를 띠고 화이트가 문들 연다.

 

그리고 쌍둥이는 언제나처럼

어깨를 나란히 하고 달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