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호파/중앙

[아득한 여명의 빛을 알다] 오즈 SSR

닉네임칸 2021. 10. 23. 21:04

이야기를 주고받으면, 에워싸는 마음 1화

 

 

 현자

 

아... 있다!

있어요, 오즈.

 

 

 오즈

 

그런가.

 

 

나는 오즈에게 부탁해 북쪽 나라에 있는 그의 성으로 데려가 달라고 부탁했다.

 

현자의 서 대신 들고 다니던 작은 메모를 잃어버린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현자

 

다행이다...

소중한 것이었는데 정말 다행이에요.

 

(역시 오즈의 성에 떨어뜨렸구나.

이 방에서 사용한 것까지는 기억났는데...)

 

 

 오즈

 

소중한 물건이면,

쉽게 잃어버리지 않도록 해라.

 

 

 현자

 

네.

정말 감사합니다.

 

 

예전에 오즈의 성에 왔을 때를 회상하며

나는 방 안을 둘러보았다.

 

 

 현자

 

......

 

 

 오즈

 

또 뭔가 없는건가.

 

 

 현자

 

아, 아뇨.

전에 이 방에서 아서의 식물도감을 보거나,

발코니에서 오로라를 보던 일이 생각나서...

 

 

 오즈

 

... 그런가.

 

 

 현자

 

저기, 오즈.

이 성을 현자의 서에 있는 오즈의 페이지에 적어도 될까요?

 

 

 오즈

 

왜지.

 

 

 현자

 

물론 억지로는 말하지 않으셔도...!

이 성을 뭐랄까, 굉장히 오즈의 느낌이 나서요.

 

 

 오즈

 

... 현자.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잘 모르겠군.

 

 

 현자

 

아하하...

말을 잘 못 해서 죄송해요.

 

 

 오즈

 

...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적지 마라.

북쪽의 마법사들에게 들켰을 때, 귀찮아질 수 있으니.

 

하지만 성에 관심이 있다면 안내를 해주마.

 

 

오즈와 걸으며 성안을 구경했다.

호사스럽지는 않지만 중후함을 느낄 수 있는 저택은,

몇 번을 봐도 감탄이 절로 나왔다.

 

 

 현자

 

이 성은 오즈가 마법으로 지은 거였죠.

창의 위치나 모양도 오즈가 정했나요?

 

 

 오즈

 

그렇다.

 

 

 현자

 

대단하네요!

세심하고 꼼꼼하게 만드신 게 느껴져요.

 

 

 오즈

 

창문의 위치나 모양은 채광을 위해 바꿨을 뿐이다.

집착하는 것까지는 아냐.

 

 

 현자

 

그래도, 전부터 생각했지만,

스스로 성을 만든다는 건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혹시 오즈는 건축을 좋아하나요?

 

 

 오즈

 

... 건축을 좋아해?

 

 

 현자

 

(어라. 엄청 생각에 잠겨버렸어.

갑자기 물어봐서 감이 잘 안 오는 걸지도 몰라)

 

 

 오즈

 

......

 

 

 현자

 

(뭔가 고민하게 만든 것 같은 느낌이 드네.

화제를 조금 바꿔서...)

 

저, 혹시 오즈가 특별히 맘에 들어하는 곳이 있다면 알려주실 수 있나요?


이야기를 주고받으면, 에워싸는 마음 2화

 

 

 오즈

 

마음에 든 건 아니지만,

조금 전까지 있던 방에서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는 일이 많았다.

 

 

 현자

 

그렇군요...

자신이 원하는 장소에서 느긋하게 보낼 수 있는 건 안정이 되죠.

 

아서가 있었을 때도, 거기서 자주 같이 지냈나요?

 

 

 오즈

 

그래. 하지만 그가 있을 땐,

저 방에서 편히 지낼 수 있던 날은 적었던 것 같군.

 

 

 현자

 

그건...

아서가 장난꾸러기였으니까?

 

 

 오즈

 

그렇다.

자주 숨바꼭질에 끌려가서...

 

숨바꼭질에서는 마법을 쓰지 않기로 결정됐지.

 

처음에는 마법을 썼다.

하지만 금방 끝나 버린다고 도중부터 금지되었지.

 

 

 현자

 

확실히 오즈의 마법이라면 순식간에 아서를 찾을 수 있을 것 같아요.

근데 오즈의 성은 넓어서 찾기가 힘들 것 같네요.

 

 

 오즈

 

숨바꼭질을 할 때마다 아서를 찾아,

성 안을 자주 걸었다.

 

... 그때 새삼 실감했지.

 

스스로가 성을 넓게, 크게 지었다는 걸.

 

 

 현자

 

오즈.

오늘은 성을 안내해줘서 감사했습니다.

이야기를 많이 들을 수 있어서 기뻤어요.

 

하지만, 설마 밤이 됐을 줄은...

 

 

 오즈

 

이 성에는 창문이 없는 방도 많다.

시간의 변화도 알아차리기 어려워지지.

 

스노우와 화이트에게 성으로 간 것을 전했다.

마법사로 돌아가지 않아도 문제는 없을 테지.

 

 

의자에 앉자, 티세트가 둥실둥실 와서,

차를 끓여줬다.

 

 

 현자

 

감사합니다.

 

 

 오즈

 

아니...

 

 

오즈는 조용히 벽난로의 불꽃을 바라보고 있었다.

불이 튀는 소리가 방에 울린다.

 

 

 현자

 

(... 왠지, 오즈 같아)

 

 

북쪽 나라에 지금까지 변함없이 존재해왔던

세계 최강으로 불리는 오즈의 성은,

분명 누군가에게는 공포의 상징이기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안을 들여다보면 벽난로의 불이 켜지는 따뜻한 곳이다.

그것이 나에게는 마치 오즈 그 자체처럼 생각되었다.

 

 

 현자

 

처음에는...

처음 당신을 만났을 때는 무서운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오즈

 

......

 

 

 현자

 

그래도 마법사에서 함께 살게 되어서 오즈의 상냥함을 알았고...

당신이 무서운 마법사이기만 한 건 아니란 걸 알았어요.

 

오늘도 오즈가 좋아하는 것과 성에 대해 알 수 있어서 기뻤어요.

그러니까, 감사합니다!


이야기를 주고받으면, 에워싸는 마음 3화

 

 

 현자

 

... 응...

...... 어라...

 

(... 오즈와 이야기하다가 잠들었어)

 

(오즈는 어디 있지...)

 

 

발코니에 서 있던 오즈에게 말을 걸자,

그는 천천히 돌아섰다.

 

 

 오즈

 

깨어났나.

 

 

 현자

 

......!

 

 

그 모습에 나도 모르게 숨을 삼켰다.

 

새벽하늘을 등지고 있는 오즈가

어딘가 무섭고, 아름답고, 아주 신비스러워 보여서.

 

그런 그의 주위에서,

세빙이 별처럼 반짝이고 있었다.

 

 

 오즈

 

현자, 왜 그러지?

 

 

 현자

 

조, 좋은 아침이에요.

세빙을 보고 있었군요.

 

 

 오즈

 

그래.

 

 

 현자

 

여기서 보는 세빙도 멋지네요.

오즈가 세빙을 좋아하는 마음을 알 것 같아요.

 

 

 오즈

 

......

 

 

 현자

 

... 오즈?

 

 

 오즈

 

... 나는, 네가 말할 때까지,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싫어하는지,

그다지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세빙은 내 마나 에리어의 일부고 성은 내가 지내기 위해 지은 것.

단지 그것뿐이었지만...

 

나는 그런 걸 좋아했는지도 모르겠군.

 

 

 현자

 

네...?

 

 

 오즈

 

너는 내가 생각지도 않은 걸 물어본다.

네 말이 없었다면 나는 나를 모르고 있었을 테지.

 

 

 현자

 

으음, 그건 좋은 걸까요?

아니면 나쁜 걸까요?

 

 

 오즈

 

글쎄.

하지만 불쾌하지는 않군.

 

 

아침 햇살을 튕기던 쇄빙은 사라진다.

하늘은 새벽을 넘어 완전히 아침의 모습이다.

 

그것을 보며, 오즈는 마도구인 지팡이를 꺼냈다.

 

 

 오즈

 

가지.

 

... 현자여.

왜, 웃고 있지.

 

 

 현자

 

... 아하하, 죄송합니다.

뭐랄까, 오즈의 말이 기뻐서 그랬던 것 같아요.

 

 

 오즈

 

... 이상한 녀석이군.

 

 

숨을 내쉬며, 질렸다는 듯이 불평했다.

하지만 그 목소리는 조금이지만 부드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