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호파/중앙

[따뜻한 기도를 당신에게] 리케 SSR

닉네임칸 2021. 4. 17. 13:34

외롭지 않게 1화

 

 현자

 

좋은 아침이에요, 리케.

이렇게 이른 시간에 뭐 하고 있나요?

 

 

아침 일직 응접실로 가니,

리케가 랜턴을 옆에 두고 스테인드 글라스를 향해 깍지를 끼고 있었다.

 

 

 리케

 

현자님.

오늘은 여기서 아침 기도를 드리고 있었어요.

 

 

 현자

 

기도?

 

 

 리케

 

네. 제가 있던 교단에는 큰 스테인드글라스가 있어서,

오늘은 그 곳을 닮은 이 응접실에서 기도 하려고 했어요.

 

 

 현자

 

그랬군요.

기도할 때는 항상 옆에 랜턴을 두고 있나요?

 

 

 리케

 

매번은 아니지만

애뮬릿이 가까이 있으면 안정이 되는 것 같아서,

가끔은 쓰려고 하고 있어요.

 

... 아, 불이 꺼졌어.

 

 

리케의 말에 랜턴을 들여다보니,

그 안에는 작아진 하얀 양초가 남아 있었다.

 

 

 리케

 

이제 남은 캔들이 없으니 새로운 것을 사러 가야 하는데...

 

 

 현자

 

그러고 보니 리케는 오늘 쉬는 날이었죠?

실은 저도 오늘 쉬거든요.

괜찮으시면 같이 사러 가지 않을래요?

 

 

 리케

 

괜찮으신가요?

 

 

 현자

 

네, 물론...

 

 

 카인

 

이 목소리는 현자님과 리케인가?

 

 

 리케

 

아, 카인.

 

 

 현자

 

안녕하세요.

아침 단련을 하고 오는 길인가요?

 

 

 카인

 

그래.

날씨도 좋아서 단련하기에 절호조였거든.

너희는 뭐 하고 있었어?

 

 

 현자

 

리케의 랜턴에 들어 있는 캔들이 다 닳아 버린 것 같아서,

같이 사러 가자고 하던 참이었어요.

 

 

 카인

 

그러고 보니 오늘은 둘 다 쉬는 날이구나.

어느 가게에 갈지는 벌써 정했나?

 

 

 리케

 

중앙 나라 시장에 있는 가게를 갈까 생각 중이에요.

 

 

 카인

 

그렇다면 나도 같이 가겠어.

마침 중앙 시장에 일이 있어서 갈 예정이었거든.

 

그러니 셋이 나가서 돌아오는 길에 뭔가 맛있는 거라도 먹고 오자.

얼마 전에 괜찮은 카페를 찾았어.

 

 

 리케

 

맛있는 거...!

그럼 저희 셋이 가죠!

현자님도 괜찮으신가요?

 

 

 현자

 

그럼요! 꼭 같이 가게 해주세요.

 

 

 카인

 

그럼, 아침 식사 후에 준비가 되면 여기로 모이자.

 

 

 리케, 현자

 

네!

 

 

 현자

 

언제 와도 여기는 시끌벅적하네요...

 

 

 리케

 

으음, 캔들을 파는 가게가 분명... 앗!

 

 

 카인

 

나도 같이 갈게.

 

 

리케가 주위를 둘러보고 있자,

카인이 따라가려는 듯 그 손을 당겼다.

 

 

 리케

 

걱정 안 하셔도 돼요!

저도 이제 스스로 물건을 살 수 있게 됐다구요.

 

카인은 볼일이 있는 거죠?

현자님은 제가 지켜드릴 테니까, 안심하고 볼일 보고 오세요.

 

 

 카인

 

그래...?

그럼 조심히 다녀와.

 

나도 용건이 끝나는 대로 가도록 할게.

그때까지 현자님을 잘 부탁해.

 

 

 리케

 

네, 맡겨주세요!

 

그럼 갈까요, 현자님?

가게에는 제가 안내해드릴게요!

 

그렇지.

현자님이 미아가 되지 않도록 손을 잡아드릴게요.

 

 

 현자

 

감사합니다. 잘 부탁드릴게요.

 

 

 리케

 

맡겨주세요!

으음... 가게는 저쪽이에요!


외롭지 않게 2화

 

 

 현자

 

그러고 보니, 리케 방에 있는 랜턴은 카인과 시장에서 찾은 거였죠?

 

 

 리케

 

네.

제가 현자님의 마법사가 되어, 교단에는 당분간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알았을 때...

 

카인이 마나 에리어를 대신할 애뮬릿을 찾자고 하면서,

같이 찾아줬거든요.

 

 

리케는 당시의 일을 떠올리듯 눈을 가늘게 떴다.

 

 

 리케

 

그때는 뭐랄까 스스럼없는 카인에게 당황만 했었지만...

 

잘 돌봐주고 착하고 멋있어서...

지금은 카인을 좋아해요.

 

 

 현자

 

알아요.

카인은 항상 우리에게 친절하게 대해주시죠.

 

 

 리케

 

네.

그리고 카인 말고도 저에게 많은 것을 알려주는 마법사들이 있어요.

 

예를 들어서 오즈에게서는 여러 가지 마법을 배우고 있고...

 

아서님도 저를 위해서 책을 읽어주시고는 합니다.

만약 저에게 형이 있다면 그런 느낌일까 라는 생각도 들어요.

 

 

 현자

 

(리케, 정말 상냥한 표정을 하고 있어.

분명 중앙의 마법사들을 진심으로 소중하게 여기고 있겠지...)

 

 

가게에 도착하고,

리케는 망설임 없이 가장 심플한 양초를 집어 들었다.

 

 

 현자

 

그게 항상 쓰는 캔들인가요?

 

 

 리케

 

네.

제가 자주 가던 교단의 작은 오두막 집만큼의 밝기가 되는 걸 쓰기로 했거든요.

 

 

 현자

 

그렇군요...

어라?

 

이 파란 캔들...

아서의 눈 색과 닮아서 정말 멋지네요.

 

 

 리케

 

진짜다...!

다른 캔들보다 조금 투명하고 깨끗해요.

 

 

 현자

 

왠지 아서의 이미지 컬러에 딱 맞네...

 

 

 리케

 

이미지 컬러?

 

 

 현자

 

네.

제가 원래 있던 세계에서는,

특정한 사람다움이 연상되는 이미지 컬러라는 게 있었거든요.

 

그중에는 좋아하는 사람의 이미지 컬러를 모으거나 입고 다니는 사람도 있었어요.

 

 

 리케

 

분명히 예전에, 아서님이 이전의 현자님으로부터 '오시 컬러(推しカラー)'라는 것을 배웠다고 했는데

그것과 같은 건가요?

 

 

 현자

 

(그러고 보니 아서는 존경하는 사람이나 좋아하는 사람을 『오시(推し)』라고 배웠던가...)

 

대체적으로 그런 느낌일까요...?

 

 

 리케

 

그런데 왜 좋아하는 사람의 색을 입나요?

 

 

 현자

 

그러게요...

좋아하는 사람의 색을 입으면,

그 사람이 평소보다 가깝게 느껴져서 그런가 봐요.

 

 

 리케

 

그렇군요.

아서님의 이미지 컬러가 파란색이면,

카인이나 오즈는 무슨 색이 될까요?

 

 

 현자

 

음... 제 이미지지만,

오즈는 빨간색이고, 카인은 주황색, 리케는 보라색인 것 같아요.

 

 

 리케

 

저는 보라색인가요?

 

 

 현자

 

네. 보라색은 뭔가 신성한 이미지가 있으니,

리케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그리고 뚜렷한 색들이니,

리더 기질이 있는 중앙의 마법사들과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리케

 

에헤헤.

현자님이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너무 기뻐요.

 

아... 그럼...!

현자님, 하나 상담할 게 있는데요... 


외롭지 않게 3화

 

 

다음날.

리케는 중앙의 마법사들을 자기 방으로 초대했다.

 

 

 아서

 

리케, 우리에게 보여주고 싶다는 게 도대체 뭐야?

 

 

 리케

 

네!

어제 현자님이랑 같이 여러분의 이미지 컬러인 캔들을 사 왔어요!

 

 

 오즈

 

... 이미지 컬러란.

 

 

 리케

 

현자님의 세계에 있는 문화로,

그 사람다움을 연상시키는 그런 색을 의미한대요.

 

이 파란 캔들이 아서님이고,

주황색이 카인, 빨간색은 오즈, 보라색이 제 색이에요!

 

현자님에게 있어서, 저희의 이미지 컬러가 이 색들이래요.

저도 딱 맞는 것 같아요!

 

 

 현자

 

모두에게 선물하자고 제안한 건 리케예요.

 

 

 카인

 

나는 주황색인가. 좋은 걸!

아서도 오즈도 모두 잘 어울리고 멋지네.

 

 

 리케

 

앞으로 누가 의뢰 같은 거로 외출했을 때는,

이 양초에 불을 켜고 기도를 드리면서 돌아오기를 기다려요.

 

모두들에게 각자 이미지 컬러의 캔들과 제 보라색 캔들을 선물로 드릴게요.

 

제가 없어서 외로울 때는 이 보라색 캔들을 보고 저를 생각해 주세요.

 

 

 오즈

 

나는 빨간색인가?

 

 

 아서

 

정말 잘 어울리세요!

강하고 멋있는 오즈님께 딱 어울리는 색입니다!

 

 

 카인

 

방에 돌아가면 나란히 진열해놔야겠어.

어디다 놓지?

 

 

 리케

 

카인의 방이라면 책상 위가 좋을 것 같아요!

불을 붙일 때는 가까운 곳에 책이나 종이를 두지 않게 주의해 주세요.

 

 

 현자

 

(다들 즐거워 보이네. 모두가 좋아해 줘서 리케도 기뻐 보여)

 

 

 리케

 

사실 현자님 몰래

현자님의 이미지 컬러인 캔들도 사 왔어요.

 

 

 현자

 

에, 저요?

 

 

 리케

 

네.

모두의 맨들을 살 동안,

밖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몰래 골라왔어요!

 

 

그렇게 말하고는

리케는 책상 위에 있던 작은 상자를 집어 들어 펼쳐 보였다.

 

 

 현자

 

와, 예쁜 색이네요...!

 

 

 리케

 

현자님은 항상 저희를 받쳐주시니까

상냥한 이 색이 딱 맞는 것 같았어요.

 

 

 현자

 

(상냥한 색인가... 기쁘네.

그런 생각을 해줬구나)

 

 

내 이미지 컬러 같은 거 별로 생각해 본 적이 없어서일까,

리케가 골라준 것이 기뻐서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 나왔다.

 

 

 리케

 

현자님께도 현자님의 색과 제 색의 캔들을 선물해드릴게요.

 

 

 현자

 

감사합니다, 리케.

둘 다 소중히 간직할게요.

 

 

 리케

 

이걸로 저도,

현자님이 의뢰나 토벌로 나가 있어도 외로움을 달랠 수가...

 

... 크흠.

 

저는 앞으로 매일 이 양초에도 신의 사도로서 기도하겠습니다.

여러분이 고민이나 슬픔을 품지 않도록.

 

그러니 현자님과 여러분은 안심하고 하루하루를 보내세요!

 

 

리케가 만족스럽게 웃으며,

방에 장식된 형형색색의 양초를 바라본다.

 

꾸밈없는 방에 멋진 양초들이 늘어선 모습은

아주 멋지고 흐뭇한 광경이었다.